로봇·AI 도입했더니 생산성 하락..'솔로우의 역설'이 맞다?

예진수 2018. 2.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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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OECD 노동생산성 증가율
1995∼2004년 각각 2.8%·2.6%서
2005∼2017년 1.2%·1.3%로 하락
"2040년 AI 실현확률 50% 도달
기술검증 통과해야 산업화 가능"

산업연 '신디지털 경제논쟁' 보고서

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기술 도입에도 선진국의 노동 생산성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생산성이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산업연구원이 입수한 미국 콘퍼런스 보드의 토털이코노믹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1995∼2004년 각각 2.8%, 2.6%에서 2005∼2017년에는 1.2%, 1.3%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 1명이 일정 기간 산출하는 생산량 또는 부가가치를 말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15년 기준 경제 총조사 결과로 본 지역별 사업체 현황 및 특성'을 보면 우리나라도 2015년 기준, 전국 평균 노동생산성이 2억4480만원으로 2010년(2억4610만원)보다 130만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은 '신디지털 경제논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은 통계를 인용, 지금까지는 기술 진보가 생산성에 반영되지 않는 '솔로우의 역설'이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도기를 거치고 나면 장기적으로 기술과 무형 자본 축적 효과가 나타나면서 생산성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 디지털 경제의 미래에 관한 섣부른 낙관이나 지나친 비관 등 이분법은 잘못된 견해"라며 "디지털 기술이 미치는 효과는 단기적으로 작고 장기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낙관론자들이 주장하는 무한 성장론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재화나 생산요소 간 대체가 제한적인 현실 경제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반대로 비관적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성장 정체론은 디지털 기술과 무형자산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이 입수한 BBVA리서치의 세계 인공지능 전문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0%가 인공지능이 데이터의 일반적 이용단계(2단계)에 도달하기까지 10∼30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42%는 2030년, 25%는 2050년으로 답변했다. 응답 내용을 종합하면 낙관과 비관의 중간인 중립(실현확률 50%)에 해당하는 연도는 2040년으로 예측됐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이 2단계에 도달한다 해도 상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에 제공되기 위한 또 다른 기술·경제적 검증을 통과해야 산업화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알파고 등장과 자율주행차 상용화에도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기계가 스스로 판단해 처리하는 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장기적으로 실업자를 늘릴 것인가를 놓고도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대학이 운영하는 IGM포럼이 최근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8%가 '신디지털 혁명이 선진국의 장기 실업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19%는 없어지는 일자리가 많다 해도 장기적으로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확실하다'는 응답도 29%로 매우 높았다. 신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는 과도기에 자동화에 따른 노동의 대체 속도와 노동 시장의 적응 속도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해 일자리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가설과 관련해 산업연구원 측은 "기술 확산이 시작되는 과도기에는 대체효과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노동 수요가 감소하고 임금이 정체되는 노동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정보통신 기술과 디지털 네트워크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형태와 경영방식에 대응해 시장 제도를 노동 친화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일자리 양극화와 임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최저 임금, 실업 보험과 같은 전통적 사회 보장 제도와 함께 임금 보험과 같은 보다 강력한 디지털 세이프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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