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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무비] '게이트' 임창정, 어쩌다 '믿고 거르는 배우' 됐나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8-02-19 17:38 송고 | 2018-02-19 22:10 최종수정
'게이트' 스틸 컷 © News1
'게이트' 스틸 컷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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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믿고 봐도 될까? 임창정이 신작 '게이트'(신재호 감독)로 돌아왔다. '게이트'는 제작 초기부터 '최순실 국정농단'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예비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 임창정 외에도 정려원과 정상훈, 이경영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뭉쳐 기대감을 높였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열린 영화 '게이트'(신재호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공개된 '게이트'는 감독의 표현처럼 "변두리 '어벤져스'"라고 불러도 무방한 신뢰도 높은 캐스팅 라인업을 강조한 케이퍼 영화였다. 하지만 화려한 캐스팅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한 완성도가 아쉬움을 줬다.

이미 십 수 년 전 개봉한 할리우드의 '오션스 일레븐'이나 우리나라 '도둑들' 같은 '웰메이드' 케이퍼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어설픔'이 자아내는 웃음이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B급'을 표방한다 해도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영화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백수 소은과 금고털이 전문가로 감옥에서 갓 출소한 그의 아버지 장춘, 가난한 사기꾼 삼촌 철수의 딱한 사정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소은은 같이 살던 동생이 사채를 빌려 쓰는 바람에 함께 어마어마한 빚을 갚아야 할 위기에 처하고, 마침 오갈 데가 없어 그 주변을 배회하던 장춘, 철수는 그런 소은을 위해 금고털이 계획을 세운다.

케이퍼 영화는 보통 반전에 반전을 잇는 장르적 특성 덕분에 오락 영화로서 관객들의 신뢰가 높다. 범죄자들이 거대한 목표를 놓고 치밀한 작전과 계획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과정과 그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의 욕망이 부딪히면서 생각하지 못한 전개가 펼쳐질 때 관객들의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된다. 
하지만 '게이트' 속 소은 일당의 금고털이는 쉬워서 허탈하다. 천재적인 해커 캐릭터만 있으면 모든 일이 해결 가능하다. 극중 해커 원호(김도훈 분)의 입장에서 보면 그 혼자 해도 될 일을 왜 여러 명이 달라붙어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존재의 당위성(?)에 위협을 받는 인물은 임창정이 맡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검사 규철 캐릭터다.

'동네 바보'나 다름없는 규철이 금고털이에 합류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소은의 옆집에 살기 때문이며, 영화 내내 활약도 미미하다. 코미디는 이문식과 정상훈이, 드라마는 이경영과 정려원이 책임을 지고 있어 이 '코미디 제왕'에 어울리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물론 그의 검사 캐릭터는 결말에서 조금의 쓸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게이트'가 '최순실 게이트'를 소재로 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하게 할 뿐 극적인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이처럼 존재감이 줄어든 것을 임창정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로마의 휴일'에 이어 또 한 번 90년대 스타일의 코미디 영화, 뻔한 캐릭터를 선택한 안목은 못내 아쉽다. 임창정은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음악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항간에는 임창정이 주연한 영화를 두고 '믿고 거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연기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게 없는 배우인 것이 맞지만, 가요계에서처럼 '임창정 스타일'만을 밀어붙이다가는 오명을 벗을 기회도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오는 28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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