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명박' 언론 때문에 가능했다
[시시비비]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고발과 함께 언론의 자기반성 필요
그러나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여긴 그와 그 주변 인물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우리 언론의 보도를 보는 것은 한편 무척이나 착잡하고 씁쓸하다. 과연 MB의 죄는 전적으로 MB 자신만의 것인가. 모든 범죄는 사회적 산물이라고 하지만 MB와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 그의 집권 5년간이 끔찍한 악몽이 됐던 것은 우리 사회의 합작품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한 공로자가 다름 아닌 언론이었다. MB에 대한 언론의 고발과 규탄은 그러므로 무엇보다 언론 스스로의 자기반성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언론에게서 그와 같은 반성과 참회는 거의 볼 수가 없다. 맹렬하게 MB를 비난하는 지금의 우리 언론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고질적인 망각증, 남들에겐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더없이 관대한 염치불감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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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지금 언론이 내놓고 있는 집요한 추적과 보도는 이미 2007년에 나왔어야 할 것들이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등 숱한 의문과 논란들은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이미 제기됐던 것이었다. 막연한 의혹 정도가 아니라 상당 부분 근거가 제시된 것임은 물론 다른 당도 아닌 같은 당의 경쟁 후보들이 내놓은 의혹들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은 이를 무시하거나 덮어버렸다.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축소시켜버렸다. 언론의 방관과 침묵은 MB에게 면죄부가 됐고 그는 거뜬히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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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오늘의 MB를 있게 한’ 데 대해 자기진술서 써야
MB 5년, 나아가 박근혜 4년간과 함께 이명박근혜 시대를 청산한다는 것은 단지 두 사람과 몇몇 사람들을 사법처리함으로써 이뤄지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MB에 대한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및 국정원 특수활동비 관련 수사가 갖는 역설이 있다. MB에 대해 그의 형사상 불법행위, 특히 주로 당선 이전 재산상의 비리에 대해 처벌하는 것으로 ‘MB 시대’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자칫 본질을 놓치고 주변적인 청산에 그치게 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MB와 그의 집권기의 실정과 부패, 그야말로 ‘참사’라고 해야 할 정도의 타락과 부조리에 대한 규명과 단죄는 MB 시대 5년에 대한 총체적인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자면 다른 어느 부문보다 언론의 자기반성부터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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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퇴임 2년 뒤인 2015년 2월에 내놓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그 내용이 하도 황당해서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누군가는 “지금 MB가 써야 할 것은 회고록이 아니라 진술서다”라고 말했다. 3년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그 말대로 MB는 곧 검찰에 나가 진술서를 작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또한 ‘오늘의 MB를 있게 한’ 데 대해 자기진술서를 써야 할 것이다. 그럴 때 가장 반성하지 않는 집단 중의 하나가 언론이라는 비난을 조금이라도 덜 받게 될 것이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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