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시월드·동창회로 퍼지고 있는 '단톡 지옥', 이유는?

이현우 2018. 2. 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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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소리와 함께 날아온 에디슨의 '명언'에 새벽잠을 설친 A씨(35). 전날 갑작스러운 회사 야근으로 시댁에 내려가지 못해 설날 당일 낮에야 내려가는 상황에서, 시어머니가 시댁 단톡방에 올린 '명언 카톡'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동안 주로 직장 내 상하관계 사이의 문제로 부각됐던 '단톡방' 문제가 가정과 일상생활까지 들어오면서 시댁, 동창회, 동호회는 물론 일선 학교의 학생과 교사들 사이까지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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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아시아경제 이진경 디자이너)

#"변명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이다 -에디슨-"

'카톡' 소리와 함께 날아온 에디슨의 '명언'에 새벽잠을 설친 A씨(35). 전날 갑작스러운 회사 야근으로 시댁에 내려가지 못해 설날 당일 낮에야 내려가는 상황에서, 시어머니가 시댁 단톡방에 올린 '명언 카톡'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막상 시댁에 내려가자 시어머니는 "야근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반갑게 맞아주셨지만, 자신과 시어머니 주변을 둘러싼 '무거운 공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단톡방에 올라간 명언은 식구들이 모두 읽었지만, 그 밑에 답변을 단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우리 동기회 식구들이 오늘은 태백산 정복에 성공했습니다. 모두 새해 첫날 일출보시고 힘내세요!"

B씨(63)는 은퇴 전 회사 동기회에서 만든 단톡방의 카톡메시지만 보면 짜증이 밀려온다. 60여명의 은퇴한 회사 동기들이 들어있는, 꽤 규모있는 단톡방에서 매번 톡을 날리는 사람들은 공휴일마다 등산을 다니는 몇몇 남자 동기들이다. 경조사 확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을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기들이 보내는 각종 등산, 출판기념회, 논문발표회 등에 와 달라는 단톡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이 단톡방에서 새로운 내용을 읽기만 하고 일절 답을 하지 않는다. 괜히 답변 한번 잘못 보냈다가 엮이면 쓸데없는 모임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설 연휴가 끝나면 항상 명절 전후 찾아오던 '명절증후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술 발전에 따라 온라인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시댁 단톡방' 증후군이다. 시댁 식구들이 들어가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에 며느리까지 초대되면서 또다른 세대간 분쟁의 장이 되고 있는 것.

그동안 주로 직장 내 상하관계 사이의 문제로 부각됐던 '단톡방' 문제가 가정과 일상생활까지 들어오면서 시댁, 동창회, 동호회는 물론 일선 학교의 학생과 교사들 사이까지 파고들고 있다.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스턴트 메신저 사용률 증대로 단톡방이 젊은 세대의 전유물에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 채널로 굳어지면서 일상적인 세대간 문화적, 사회적 충돌이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우리나라의 고령자 전체 스마트폰 보유율은 54.4%로 50%를 넘어섰다. 55세에서 64세 보유율을 따지면 78.5%에 이른다. 또한 55세 이상 고령자의 카카오톡 등 인스턴트 메신저 사용자 비율은 29.8%에 이른다. 특히 자식들과 함께 사는 2세대 및 3세대가구의 고령자들의 경우엔 인스턴트 메신저 사용자 비율이 36%에 달했다. 주로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인스턴트 메신저에 대한 노년층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에따라 소통 문화가 상호 달라 일상 대화도 꺼리는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가 갑자기 비대면 인스턴트 메신저에서 만나게 됐다. 역시 상관과 부하직원간 세대충돌, 갑질 논란에 휩싸인 직장 단톡방과 마찬가지로 세대간 충돌이 심해지고 있다. 세대간 충돌 뿐만 아니라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도 동기, 동창 등으로 엮이면서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단톡방을 나가지 못하는 사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비대면 채널인 인스턴트 메신저는 소통의 창구로서 일부 기능할지 몰라도 사생활 침해와 상호 험담이 오고 가는 장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각 텍스트가 담고 있는 비언어적 의미, 즉, '메타메시지(meta-message)'에 대한 해석이 사람별로 천차만별이 될 수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오프라인 관계가 많이 가깝지 않은 상태에서, 소통의 장으로 SNS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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