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미래다] ③미래 먹거리 곤충, 직접 먹어봤습니다

서대웅 기자 2018. 2. 1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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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를 좋아한다.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꽤나 중독적이다. 몸통을 씹을 때 ‘톡’ 하며 터지는 질감도 나쁘지 않다. 국물도 후루룩 마신다. 지난 7일 곤충 식품을 먹으러 가는 길. 버스 안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했다. ‘번데기도 먹는데 다른 곤충이야 못먹겠어?’

◆애벌레 ‘고소애’ 들어보셨나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이더블커피. 겉에서 보기엔 일반 커피점이지만 이곳은 곤충 식품을 전문으로 파는 국내 유일의 카페다. 선반 위에 자체 제작한 다이어리·컵 등을 비치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과 달리 이곳엔 투명 봉지들이 놓여 있다. 유충 수백마리가 서로의 몸을 꼬아 테트리스하듯 밀착해 들어 있다. 죽은 유충들이지만 툭 만지면 낙지가 꿈틀대듯 살아 움직일 것만 같다. 씹지 않고 그냥 삼키면 대변으로 그대로 나올 듯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고소애 시리얼. /사진=서대웅 기자

제일 ‘잘 나가는’ 게 뭐냐고 직원에게 물었다. 그는 불투명한 봉지를 가리키며 “이게 인기가 제일 높아요. ‘고소애’를 시리얼로 만든 건데 코코볼 먹는 것처럼 타 드시면 돼요. 요거트에 말아 드셔도 좋아요”라고 말했다.

고소애는 ‘밀웜’이라고도 불리는 유충이다. 고소애가 자라면 딱정벌레류인 ‘갈색거저리’가 된다. 즉 고소애는 갈색거저리가 낳은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로 지름은 1~3㎜, 길이는 새끼손가락 두마디 정도다. 큰 것은 중지손가락 두마디가량이다. 몸통 한쪽 끝에 검은 점이 박혀 있는데 머리면서 동시에 눈이다. 몸은 15~20마디 정도 나뉘어 있다. 몸을 좌우로 틀 때 극적인 유연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갈색거저리는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원료 허가를 받았다.

직원이 추천한 음식(?)을 골랐다. 시리얼과 함께 스낵도 집었다. 고소애를 갈아 만든 음료와 머핀도 하나씩 시켰다. 직원은 예쁜 그릇에 데코를 해서 자리로 갖다 주었다. 투명한 봉지인 스낵부터 뜯어 그릇에 부었다. 투두두둑. 말라 죽은 유충들이 치즈가루와 함께 떨어졌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한파 속 맑은 햇볕이 창을 통과해 테이블에 내리쬐는데 눈앞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유충. 기묘한 상황이지만 곤충도 ‘우아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종이컵에 이쑤시개로 콕 집어 먹는 번데기와 격이 다르다. 포크도 제공한다.

우득. 고소애 하나를 씹었다. 무슨 맛인지 몰라 또 하나 들었다. 그렇게 일곱번. 아무래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한움큼 쥐었다. 우드드득. 우득. 오물오물. 쩝쩝. 음~. 고소하다. 건새우볶음 같기도 하다. 질감은 새우보다 좋다. 새우는 씹을 때 느껴지는 수염이 영 찝찝했다. 고소애엔 수염이 없다. 다만 긴장한 탓에 너무 열심히 씹었는지 입 안 가득 고소애가 여기저기 붙은 건 다소 불편했다. 여하간 맛있다.
(왼쪽부터)고소애 스낵, 케일 에너지바. /사진=서대웅 기자

불투명한 봉지인 시리얼도 뜯었다. 다행히 이 제품은 애벌레 형상이 아니다. 고소애를 갈아 만들었다. 오목한 작은 그릇에 시리얼과 함께 우유를 부었다. 우유 250㎖와 제품 30g이 그릇을 꽉 채운다. 후루룩. 서걱서걱. 유레카! 통상의 시리얼보다 담백하다. 제품 하나를 더 뜯었다. 이번엔 요거트와 섞었다. 시원한 요거트와 고소함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아침에 먹기에 딱 좋을 것 같았다.

카페에서 ‘고소애 300 쉐이크’를 들고 나왔다. 고소애 300마리가 들어갔고 단백질이 15g이나 함유됐다. 이 제품 단백질 함량이 17.2g이니 고소애가 주인공이다. 우유와 생크림, 시럽은 고소애를 거들 뿐. 하루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체중 1kg 당 0.8g이다. 고소애는 건강식이기도 하다.

케일 굼벵이 농충액과 굼뱅이. /사진=서대웅 기자

◆‘굼벵이 농축액’도 곧 출시

같은날 오후 신당동에 위치한 ‘케일’을 찾았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식용곤충 에너지바를 선보인 곳이다. 고소애를 갈아 첨가한 제품인 에너지바는 오리지널형과 라즈베리형 2가지로 나왔다.

2개 모두 봉지를 뜯었다. 일단 안심이 된다. 곤충음식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에너지바’라는 느낌이 강하다. 자신감을 갖고 오리지널형을 한입 물었다. 우걱. 바삭바삭. 고소한 식감이 뛰어나다. 아몬드, 크랜베리 등 견과류의 맛이 대중적이다. 라즈베리도 한입 씹었다. 고소함에 새콤한 맛이 더해졌다. 라즈베리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개인적으론 오리지널이 더 맛있었지만 어린아이에겐 라즈베리가 입에 맞을 듯하다. 두 제품 모두 굉장한 영양간식이다.

케일 관계자는 다음달 출시 예정인 굼벵이 농축액도 소개했다. 정확히는 딱정벌레류인 ‘흰점박이꽃무지’의 굼벵이를 분해해 만든 농축액이다. 굼벵이에서 추출한 필수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했으며 일반적인 열탕액보다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다고 한다. 종이컵에 든 농축액을 봤다. 짙은 갈색이 영락없이 굼벵이 색이다. 츄릅츄릅. 밀도가 높다. 농후하다. 맛은 숙취해소 음료와 비슷하다.

시중에 유통되진 않지만 굼벵이도 직접 먹어봤다. 모양은 번데기와 비슷하지만 번데기보단 1.5배 정도 크다. 말캉말캉한 번데기와 달리 바짝 말린 굼벵이는 딱딱하다. 접시에 쏟을 때 나는 소리가 카랑카랑하다. 이날 먹은 식용곤충 가운데 가장 큰 난관이었다. 회사 관계자도 이건 먹지 않는단다.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한입. 바드득. 나쁘진 않았지만 딱 2개만 먹었다.

케일은 국내 식용곤충산업을 이끌고 있다. 김용욱 케일 대표는 2012년 전임교수 직을 던지고 이 회사 전신인 한국식용곤충연구소를 설립, 국내 연구에 첫발을 내디뎠고 현재는 정부 연구기관과 연계해 미래먹거리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김 대표는 “식용곤충산업에 한 획을 긋고 싶다. 세계 난민이 20억명 정도인데 고단백질인 곤충이 그들을 살릴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세계기구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곤충만으로 배를 채운 이날. 고소애를 처음 본 순간 정말 먹어야 할지 갈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식용곤충을 먹을수록 그것의 ‘치명적인 매력’에 사로잡혔다. 맛도 맛이지만 건강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꾸륵꾸륵. 장 활동도 활발해졌다. 대중에게 곤충음식은 아직 생소하지만 미래 먹거리산업의 앞날은 밝아 보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8호(2018년 2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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