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나만 행복할 순 없다"는 이 남자가 사는 법 [인터뷰]

권남영 기자 입력 2018. 2. 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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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든슬럼버'에서 고통받는 소시민 역 강동원
영화 ‘골든슬럼버’에서 거대 음모에 휘말린 택배기사를 연기한 강동원. ‘평범함’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에 대해 그는 “나도 (데뷔 전엔) 소시민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금수저’ 이미지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골든슬럼버’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7년 전 日 동명 소설 읽고 감명
영화 제작 제안하고 투자 유치

모범시민으로 살아온 택배기사
거대권력에 맞서 통쾌한 복수

이제 더는 강동원(37)을 미남스타 같은 수식어로 설명할 수 없다. 대신 이렇게 말해볼 수 있겠다. 자신의 유명세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영민한 배우. 혹은 영화를 향한 사랑이 지극한 열혈 영화인.

그는 ‘새로운 이야기’에 예리하게 반응한다. ‘검은 사제들’(2015) ‘가려진 시간’(2016) 등 신인감독과의 작업을 즐기는 이유다. 남들이 꺼리는 ‘위험한 도전’도 서슴지 않는다. 엄혹했던 전 정권 시절 비밀리에 기획된 ‘1987’(2017)은 그가 합류하면서 제작에 물꼬를 텄다. 자신이 아니라면 세상 빛을 보기 힘들 작품들에 기꺼이 힘을 보태는 것이다.

“장르적으로 국한되는 게 싫어요. 예컨대 스릴러가 인기 있다고 만날 스릴러만 찍을 순 없잖아요. 새로운 얘기를 하고 싶어요. 관객들도 분명 그런 갈증이 있거든요. 제 이름이면 어느 정도 투자 자본을 끌고 올 수 있는 위치가 됐으니까, 제가 나서서 그런 작품을 찾는 거죠.”

6월항쟁을 다룬 ‘1987’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데 이어 신작 ‘골든슬럼버(Golden Slumber)’에선 거대권력에 의해 고통 받는 소시민을 연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강동원은 “나이 먹고 여러 고민들이 쌓이면서 점점 사회 이슈에 관심이 가더라.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7년 전 일본 동명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은 강동원이 이 영화 제작을 직접 제안했다. ‘황금빛 낮잠’이란 의미의 ‘골든슬럼버’는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해체를 앞두고 멤버들 간의 우정을 담아 만든 곡이기도 하다. 그는 “극복에 대한 메시지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잘 녹아있는 점이 좋았다”고 얘기했다.

각색 과정에도 아이디어를 냈다. 음모에 휘말린 선량한 소시민이 친구들의 믿음에 힘입어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 강동원은 “찝찝하게 결말을 맺는 원작과 달리 주인공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다”며 “권력에 통쾌하게 복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맡은 배역은 모범시민 표창을 받을 정도로 성실히 살아온 택배기사 김건우. 그가 대통령 후보 암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숨 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그저 착하게 사는 게 익숙한 건우는 실제 강동원과 닮은 구석이 있다. 평소 그가 자주 하는 말이 대사에도 등장한다. “좀 손해보고 살면 어떠냐”는 얘기.

20대 초반부터 배우 생활을 해온 강동원은 늘 피해를 주는 쪽보다 입는 쪽을 택했다. “매 순간 긴장하고 사는” 것이 몸에 밴 탓이기도 할 테다. “가끔은 편하게 살고 싶기도 한데, 잘 안되더라고요(웃음). 보는 눈이 워낙 많잖아요.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직업이기도 하고….”

강동원은 “데뷔 초엔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한 작품 안 되면 아웃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진짜 치열하게 살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20대 후반쯤부터 안정감이 생겼다. 이제 배우라는 일이 ‘내 직장’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직업의 의미와 사명이 뭘까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저는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해요. 작품 반응이 좋으면 기쁘고, 다음 프로젝트를 생각하면 흥분되죠. 근데 주변이 불행하면 나도 진짜 행복한 게 아니잖아요. ‘좀 더 행복한 사회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보곤 해요. 이러니까 무슨 행복 전도사 같네요(웃음).”

현재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인랑’을 찍고 있는 그는 3월부터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 촬영에 들어간다. ‘콘 에어’(1997) ‘툼 레이더’(2001) 등을 연출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신작. 몇 해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해외 진출 계획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강동원은 “새로운 도전인 만큼 흥분이 된다”면서 “부담이 없진 않다. 한국배우로서 참여하는 것이니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한국과 제작 시스템이 많이 다르겠지만, 배울 건 배우고 공유할 건 해가며 적응해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어느덧 마흔을 앞둔 시점, 아직은 결혼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그다. “결혼을 언제할지는 진짜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결혼 생각이 별로 없긴 했어요. 어르신들이 ‘너 같은 놈들이 한 방에 간다’고들 하시던데,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죠(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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