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경영난 악화되자 '정부에 공 떠넘기기' 상하이차와 판박이

주영재 기자 2018. 2. 1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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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쌍용차 전철 밟나

한국지엠이 쌍용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인수한 후 경영난에 처하자 정부에 공을 떠넘겼다는 점에서 같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그룹 몰락과 함께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쌍용차는 이후 경기 악화와 판매 부진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상하이차는 2008년 12월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2대 주주였던 산업은행과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상하이차의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지원을 거부했고, 결국 상하이차는 2009년 1월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특히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후 매년 3000억원씩 4년간 총 1조2000억원을 연구·개발(R&D) 등에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이행하지도 않았다.

한국지엠은 쌍용차 사례를 그대로 뒤따르고 있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경영 악화로 2000년 1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1년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됐다. 이후 사명을 한국지엠으로 바꾸고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며 재기를 모색했다. 그러나 GM의 글로벌 사업 재편과 함께 2013년부터 하락세로 들어섰다. GM이 유럽,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계열사 오펠 등을 매각하면서 주력인 수출 물량이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상하이차와 마찬가지로 대주주인 GM은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산업은행과 정부에 유상증자 참여 등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먹튀 논란’에서도 GM은 자유롭지 않다.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GM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고리대금’ 장사를 해왔다거나, 부품·제품 거래 과정에서 한국지엠이 손해를 보고 이익을 본사나 해외 GM 계열사에 몰아줬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된다. 한국지엠이 연구·개발비로 낸 돈은 2016년 기준 6140억원이다. 같은 해 영업손실 규모인 5220억원보다도 큰 액수다. 한국지엠이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부담했음에도 이로 인해 형성된 지적재산권은 모두 GM 본사의 몫이 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연구·개발비를 부풀린 정황이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이후 수순은 쌍용차와 유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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