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사들, 새 모델 출시 대신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 '롱테일 전략' 왜?

이윤주 기자 2018. 2. 1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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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반짝 1등보다 ‘쭈~욱 상위권’이 쏠쏠해
ㆍLG는 새로운 색상 G6·V30, 삼성은 갤럭시노트8 평창 에디션 내놔
ㆍ스마트폰 기능 평준화로 혁신 어렵고, 소비자들 교체주기도 길어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정체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롱테일(긴 꼬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제품 발매 시기를 늦추고 기존 모델 판매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게 핵심인 ‘롱테일’ 전략은 획기적인 혁신을 이루는 비용이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지는 데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급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해 공개한 G6·V30에 새로운 색상을 적용해 최근 마케팅에 나섰고, ‘갤럭시S9’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도 동시에 ‘갤럭시노트8 평창 에디션’을 내놓는 등 갤럭시S8 시리즈의 판매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 주목도가 높은 신제품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제품들의 판매 기간을 길게 끌고 가면서 전체 매출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반짝 1위’보다는 ‘꾸준한 상위권’이 최근 시장 환경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가 롱테일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8’에서 신제품을 발표하지 않고 인공지능을 강화한 ‘2018년형 V30’을 공개한다.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서동명 기획관리담당은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신제품 G7을 늦게 출시해도 G6·V30 업그레이드 버전을 통해 판매량을 최대한 유지하는 ‘롱테일’ 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는 새로운 매출을 창출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LG전자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롱테일 전략’을 재차 언급했다.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 이경태 상무는 “차별화된 플래그십 신모델을 출시함과 동시에 기존 플래그십 모델의 롱테일 판매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폰 판매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나온 갤럭시S8 시리즈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갤럭시S9을 출시하더라도 전작의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갤럭시 시리즈 최초로 인공지능 ‘빅스비’와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갤럭시S8’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LG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롱테일’ 전략을 선호하는 이유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성능의 차별화 요소가 적어지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교체주기도 길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의 지난해 조사에서 중국 도심지역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2013년 18.6개월에서 2016년 20.2개월로 늘었다. 최근 아이폰X의 판매 부진에서 보듯 신제품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도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롱테일 전략이 효과적으로 안착하면 제품의 유통기한이 늘어나 매출과 수익성에 도움이 되고 국내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아이폰에 S를 붙여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는 것과도 유사한 전략이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업 효율화도 꾀하면서, 브랜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어서 삼성과 LG의 롱테일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가 올해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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