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더 간소해져..미니 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힘 받는다

이성희 기자 2018. 2. 1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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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서울 25곳 사업 진행…2년 만에 1호 준공 “원주민 재정착률 100%”
ㆍ특례법 전환으로 건폐율 높이고 사업 진행 빨라져 수익성도 향상
ㆍ국토부 “주택도시기금 저리 융자로 낡은 거주지 정비 지원할 것”

서울 서초구 한신빌라(72가구)와 양재파크빌라(12가구)는 요즘 ‘미니 재건축’이라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한때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인근 빌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정비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던 곳이다. 그때 대안으로 나온 방안이 기존 공동주택 20가구 이상(단독주택 10호 이상)이면 진행할 수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었다. 이들은 2020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오는 5월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안태오 조합장은 “일반 재건축보다 시행절차가 간소해 사업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참여 주민이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갈등의 소지가 적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노후·불량 주택 정비사업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대단위 개발방식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최근 개발이익 환수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 같은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이 주목을 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50조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도 맥을 같이하는 데다, 지난 9일 관련 법률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바뀌면서 예전보다 사업절차가 더 간소해졌고 다양한 지원이 더해지고 있다.

■ 사업 활성화 위해 각종 규제 완화

2012년 도입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와 공원 등 기존 기반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노후·불량 공동주택을 정비하는 도시재생 사업이다. 가로구역(도로로 둘러싸인 구역)이 1만㎡ 미만인 지역으로 노후·불량 건축물 수가 전체 건축물 중 3분의 2 이상인 경우 진행할 수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안전진단부터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거쳐야 해 통상 8년 이상 걸리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주민합의체 또는 조합을 구성한 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사업시행계획인가에 포함하면 된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평균 2~3년이면 족하다. 진행 속도가 더디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정비사업 구조 특성상 절차 간소화는 곧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간 단지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재건축·재개발 대상에서 제외됐던 노후 빌라나 연립주택 등에는 희소식이다.

정부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건축특례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조경 면적, 건폐율, 건축물 높이 제한,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설치 기준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된다. 공동이용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용적률 완화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한신·양재빌라는 원래 용적률(200%)에서 12%를 더 받았다. 이에 따라 84가구였던 이 단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지하 2층~지상 7층, 4개동, 총 112가구(일반분양 28가구)로 새로 탄생할 예정이다. 용적률 상향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도 당초 2억원가량을 예상했으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조합은 추산하고 있다. 기존 주민은 종전의 자산 가치에 따라 3주택까지 공급받을 수 있어 새집과 임대수익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중소 규모의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다 보니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업비·이주비 등에 보증을 서주고 대출을 알선해주면서 숨통이 트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연 1.5% 저금리로 융자를 해줘 낡은 거주지를 정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초과이익 부담금 없는 정비사업

현재 서울에서는 25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랑구 면목동 우성주택과 구로구 구로동 칠성아파트가 각각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으며, 강서구 등촌동 삼안1·2 연립 등 4곳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 밖에 19곳은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상태다.

최근에는 전국 1호 가로주택정비사업 완공 단지도 등장했다. 1987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지어진 3층 동도연립주택(66가구)이 지난해 12월 지하 1층~지상 7층짜리 ‘다성이즈빌’(96가구)로 탈바꿈했다. 2015년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2년여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다성이즈빌의 높은 원주민 재정착률에 주목한다.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10%대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원주민 66가구가 모두 입주해 재정착률 100%를 기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시장논리가 덜 가미된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라며 “주거지 개발로 기존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외에 자율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건축사업 등 소규모 주택정비사업도 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기존 주택 20가구 미만의 단독·다세대주택을 자율적으로 개량 또는 정비하는 사업이다. 2인 이상 집주인이 모여 주민합의체를 구성하면 조합 없이도 진행할 수 있다. 소규모 재건축사업은 정비 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에서 작은 규모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택이 200가구 미만인 경우에 한한다. 소규모 재건축사업은 일반 재개발·재건축처럼 재건축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

다만 도시계획 단절과 여전히 낮은 사업성은 한계로 지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은 큰 틀에서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계획을 세우지만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기반시설 개선 의미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서울은 7층 등 최고 층수가 제한돼 있어 가구 수 늘리기가 제한적이라 수천가구를 짓는 일반 재건축보다 분담금이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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