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수출길 막히나..철강업계 '패닉'

안정준 기자 2018. 2. 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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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무부 권고안 발표에 대책회의..일부 제품 美수출 사실상 불가

미국의 고강도 철강 수입 규제 권고안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데다 일부 철강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힐 수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은 가운데 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책회의 나선 철강업계=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미국 상무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철강 수입 안보 영향 조사 결과와 조치 권고안 발표한 뒤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A철강사 관계자는 "주요 철강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재 회의에도 참석해 정부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의 권고안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최소 24%의 관세 부과(1안) △한국을 포함 브라질, 러시아, 터키, 인도, 베트남, 중국,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말레이시아, 코스타리카 등 12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53%의 관세 부과(2안)△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대미 수출 63% 수준의 쿼터 설정(3안) 등으로 짜여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4월 11일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수입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법안으로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이 법안에 따른 철강제품의 안보위협 조사가 시작된 바 있다.

◇"올 것이 왔다"..수출길 막히나=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B철강사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추세는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 등에 대한 관세부과 결정 과정에서 확인이 됐다"며 "철강제품에도 예외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철강에 고강도 규제를 추가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었다.

당초 미국 상무부 조사 결과는 지난해 7월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미국 내 철강 수요 기업의 반대와 유럽연합(EU) 등 조치 대상국들의 보복 가능성 언급 등에 미국도 신중을 기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의지 앞에 무너졌다.

업계에선 상무부의 권고안 가운데 2안이 채택되는 경우를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 관세율이 53% 이상으로 높은 데다 전체 수입국이 아닌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만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C철강사 관계자는 "2안이 적용되면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출에 불리해지는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미 철강수출 1위 국가인 캐나다를 비롯해 일본과 독일 등은 2안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 철강제품의 경우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무부 권고안에 제시된 관세는 그간 부과됐던 반덤핑 관세 등에 추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 규모는 350만톤 안팎을 오가고 있다. 전체 철강 수출량의 12%에 달하는 규모다.

포스코의 열연·냉연강판엔 60%대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된 상태인데 2안이 채택되면 단순 계산으로도 관세율이 110% 이상으로 뛰게 된다. 미국 내 철강사는 물론 글로벌 경쟁국과 미국 내에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현대제철의 열연·냉연강판 현재 반덤핑·상계관세율은 각각 13%, 38%대로 포스코보다는 낮지만 추가 관세 부과 시 수출 차질은 불가피하다.

미국 향 유정용 강관 수출 비중이 높은 세아제강도 타격이 예상된다. 세아제강의 미국 유정용 강관 반덤핑 관세율은 현재 6.66%다. 기존 관세율이 한자릿수 대지만, 전체 매출액의 20~30%가 미국 수출이고 이 중 유정용 강관 비중이 40~50%인 매출 구조상 추가 관세 인상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선택' 예의 주시=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당장은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 간 무역전쟁의 틀 안에서 진행되는 규제이기 때문에 업계 차원에서 판도를 바꿀 여지가 없어서다.

업계가 내세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소송'이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통상압박에 대한 소송은 창구별로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을 통한 제소로 나뉜다. WTO 창구는 소송의 주체가 기업이 아닌 정부이며 CIT는 기업이 직접 소송을 건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긴 시간을 들여 승소하더라도 미국이 실제 관세 조치 시정에 나서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WTO는 미국 상무부에 시정 사안을 강제할 권한이 없으며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CIT 소송은 승소 확률이 상대적으로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의주시하며 이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는 방법 외에 없다"며 "미국의 규제 강화로 보호무역이 글로벌 시장 전체로 확산되는 상황이 더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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