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 미세먼지에 대한 세가지 오해와 진실

김봉수 2018. 2. 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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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9일 서울 한강대교에서 바라본 도심 하늘이 흐리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0여년전 서울 도심에선 잠시만 외부 활동을 해도 코 밑에 시꺼먼 검정이 묻어 났다. 와이셔츠 소매나 목에 까만 먼지가 끼었다. 북한산, 관악산에 올라 서울 시내를 보면 시꺼먼 대기 오염막이 형성돼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직장인들의 와이셔츠 깃과 보행인들의 코 밑은 깨끗해졌고 어두운 스모그 구름도 없어졌다

그럼에도 최근 몇년 사이에 미세먼지 등 대기질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과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한 환경운동단체가 현재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실태가 부정확한 자료를 가공한 일부 전문가·언론에 의해 현실보다 과도하게 포장돼 국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대기질은 세계 최악이 아니라 중간 정도로, 10여년새 꾸준히 대기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청정 지역이 사라진 만큼 전국적인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비판 보도에 집중타를 맞은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대책에 대해서도 실제론 호의적인 여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 한국이 미세먼지 최하위? 근거 없다!

18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일각에서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도가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언론 기사ㆍ논설에서 인용되고 있어 국민들도 이를 믿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가려고 한다거나 신경쇠약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일부 환경단체ㆍ전문가들마저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2016년 미국 예일대ㆍ컬럼비아대가 발표한 환경성과 지수(EPI) 분석 결과다. 우리나라 대기질이 180개국 중 173위, 미세먼지(PM 2.5 )는 174위이고 질소산화물은 0점으로 꼴찌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은 '신뢰할 수 없는 부정확한 측정 결과'라고 비판했다. 대기질 측정 자료가 아니라 일부 학자들이 인공위성 자료로 추정한 불확실한 값을 갖고 만든 간접 지표를 갖고 만든 자료로, 인구 밀도나 도시화가 높은 국가는 공기 질이 좋아도 나쁜 값이 나오게 만들어진 점수 지표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대기질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나쁜 나이지리아ㆍ아프가니스탄이 각각 126위, 134위로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럽의 대기질 선진국가로 알려진 스위스가 127위, 독일 137위, 네덜란드 139위 등으로 이들 국가들보다 낮다. 미세먼지의 경우도 일본 134위, 스위스 143위, 네덜란드 149위, 독일 157위 등 환경 선진국들이 최하위로 평가된 반면 오염도가 높은 나이지리아ㆍ아프가니스탄이 공동 1위를 차지하는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무려 122개국이 100점 만점으로 공동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정확성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질소산화물 농도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면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는 사뭇 다르다.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가 20㎍/㎥ 이하인 미국, 북유럽, 호주, 뉴질랜드, 서유럽 등이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어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노란색으로 뒤를 이었고, 한국은 연평균 오염도 30~49㎍/㎥ 수준으로 3위권에 해당됐다. 이 단체는 "우리나라는 아직 미세먼지 오염을 더 개선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 최악 수준이 아니다"라며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고 허술한 자료 한두 개에 의존해 국민들을 겁주는 방식으로는 공포감만 키울 뿐이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가 역대 최악? 도시는 개선, 시골은 악화!

환경운동연합은 최근들어 미세먼지가 급격히 악화됐고 심지어 일부에선 역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인식에 대해서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2014년 질병관리본부의 서울 등 7대 광역시ㆍ도 주민 조사 결과 87.7%가 "최근 미세먼지 오염이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10년전에 비교해서 나빠졌다는 의견도 80.4%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국민들의 인식과 달리 최근 10년간 전국 주요 대도시의 대기질은 꾸준히 개선돼 왔다.

서울만 하더라도 2004~2007년 사이엔 연평균 60㎍/㎥대 정도를 기록하다가 계속 낮아져 2012년엔 연평균 40㎍/㎥ 정도로 개선됐었다. 다만 이후 최근 4년간 다소 악화돼 2016년 기준 연평균 50㎍/㎥에 육박한 상태다. 다른 대도시들은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부산은 2004년 60㎍/㎥대에서 2016년 40㎍/㎥대 중반으로, 대구도 같은 기간 5㎍/㎥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각가 나아졌다. 인천도 같은 시기 60㎍/㎥대반대에서 50㎍/㎥대 이하로 낮아졌고, 광주, 대전, 울산 등도 50㎍/㎥대 안팎에서 40㎍/㎥대로 각각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중국 때문에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날이 많아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염도가 심한 날의 수치 역시 10여년 전 보다는 많이 개선됐다.

반면 대도시 이외의 '청정지역'은 대기질이 정체 또는 악화됐다. 서울이 1995년 80㎍/㎥대를 육박하다 20년새 40㎍/㎥대 후반으로 개선되는 동안 제주도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후반으로 오히려 악화된 게 대표적 사례다. 경기도 파주는 2004년 이후 50㎍/㎥대 후반에서 정체돼 있고, 전주는 같은 시기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으로, 양산은 40㎍/㎥대에서 40㎍/㎥대 후반으로 각각 대기 오염이 심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오염이 심했던 대도시는 어느 정도 개선됐으나, 청정지역은 사라지고 오히려 지방이 미세먼지 오염이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수도권 대기질'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국 대기질 특별조치'를위해 중앙정부가 노력하고 세금을 써야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표 미세먼지, 찬성 여론이 더 많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시한 미세먼지 경보시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에 대해서도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업체 마이크로 엠브레인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10명 중 7명이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69.5%가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고 68.7%는 "환경개선을 위한 예산안 등의 확보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68.7%)이라고 답했다.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을 덜어주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을 알 수 있는 정책"(61.1%),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 보기 좋았다(61%)는 등 긍정적 평가가 훨씬 높았다. 다만 정책의 효과에 대해선 72.6%가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다"고 봤다. 일부 언론의 '쓸데없는 세금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46.5%)와 비동의(42.7%)가 팽팽히 맞섰다. 지난달 중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었다. 당시 '효과가 설사 작더라도 대책을 강구 안하는 것보다는 나으므로 잘한 정책으로 보인다'는 응답이 49.3%로 '효과가 작고 예산 낭비를 초래했으므로 잘못한 정책으로 보인다'는 응답(43.5%)을 앞섰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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