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읽다]③장수의 비결 : 로컬푸드와 소식(小食)

김종화 2018. 2.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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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사람들의 주요 식사 [사진출처=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인간의 원초적 욕망 중 하나가 '잘 먹는 것'입니다. 잘 먹으면 '장수' 합니다. 그런데 세계의 장수마을에서 뭘 먹는지 살펴보니 그다지 잘 먹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늘 먹는 음식을 먹고, 오히려 조금 덜 먹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었습니다.

중국의 장수마을 루가오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밥 대신 죽을 먹습니다. 소식해 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인데 죽만 먹고 양이 부족할 때는 만두를 곁들여 먹습니다. 대신 점심은 반드시 밥을 먹는데 닭고기를 주로 먹고, 과일과 채소도 많이 먹는데 자신들이 키운 채소입니다. 점심 때 온 식구가 모여 식사를 하는데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아 배불리 먹을 수도 없지만 절대로 배불리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본 오키나와의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의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은 남자 약 1400킬로칼로리(㎉), 여자 1100㎉정도입니다. 이는 일반 서양인들이 섭취하는 2400㎉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섬이라 그런지 식단은 주로 채소나 해조류, 콩, 두부, 현미 등으로 구성됩니다.

특히 콩은 일본 본토 사람들보다 1.5배나 많이 먹고, 생선과 해조류도 많이 먹는데 생선은 서양 사람들보다 20배나 더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삶은 돼지고기도 많이 먹습니다. 돼지고기를 껍질 채 무, 다시마와 함께 삶아서 기름을 쏙 빼고 냉장고에 넣어 하얀 기름이 생기면 흰 기름을 없애고 먹는데 바로 돼지고기의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과정입니다.

이탈리아 캄포디멜레 사람들은 전형적인 지중해식 식사를 합니다. 캄포디멜레의 전통음식인 콩 수프와 생선, 올리브유를 많이 먹습니다.

캄포디멜레식 콩 수프에는 불린 콩과 야생버섯, 향료가 들어간 햄, 마늘, 파 등이 들어갑니다. 문어나 새우, 조개 등 해산물과 생선을 즐겨 먹고, 이탈리아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이 올리브유를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여깁니다.

파키스탄의 훈자마을 사람들은 서양인들이 소비하는 단백질의 약 절반, 지방의 약 3분의 1 정도를 섭취합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척박한 땅에서 살기 위해서는 먹는 것도 아껴야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파키스탄 훈자마을의 로컬푸드인 짜파티 [사진출처=유튜브 화면캡처]

훈자 사람들은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섭취합니다. 훈자에서 나는 정제되지 않은 곡물과 감자, 시금치나 양배추를 먹지만 육식도 즐기지 않습니다. 요리를 할 때 기름과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채소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먹습니다. 또 밀, 보리, 메밀, 수수 등을 도정하지 않고 통째로 거친 가루를 만듭니다.

거칠게 부순 밀가루를 반죽한 후 납작하게 만들어 불에 구어 먹는 짜파티(Chapatti)가 훈자 사람들의 주식입니다.

프랑스 남부의 몽펠리에 사람들의 장수 비결은 '와인'입니다.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하는 몽펠리에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는 와인의 폴리페놀 성분 때문입니다. 폴리페놀은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 동맥경화와 심장질환 예방의 효과가 있습니다. 식사 전후에 마시는 와인이 따로 있을 정도로 와인을 많이 마십니다.

조지아의 캅카스 사람들은 그들이 만든 발효식품 '마츠오니'를 즐겨 먹는데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까지 찬양합니다. 마츠오니는 염소, 양, 소의 우유를 발효시킨 음료인데 일반 가정에서는 매일 마츠오니를 하루 1∼2잔씩 마십니다. 마츠오니는 설사나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유해한 세균의 발육을 억제해 발암 물질 생성을 방지하는 장수식품입니다.

캅카스인들의 식탁에는 샐러드가 늘 오르고, 오이·토마토·양파·파·마늘 등의 채소도 많이 먹습니다. 또 여름에는 살구·체리·복숭아, 가을에는 사과·배·감, 겨울에는 과일 주스와 건조 과일, 견과류를 먹는 등 계절별로 다양하게 과일을 먹습니다.

미국의 로마린다 사람들은 차와 커피를 삼가고, 채식위주의 식생활을 합니다. 로마린다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 텃밭이 있어 유기농 채소를 길러 먹습니다.

특이한 점은 로마린다에서는 패스트푸드 식당을 개업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새로 개업하려면 시청의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시민들의 공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공청회 통과가 무지 어렵다고 합니다. 2013년 맥도날드가 최초로 로마린다를 개척했습니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 관계자는 "인생의 행복을 식탁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 지면서 과식과 비만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면서 "세계 장수마을 사람들은 로컬푸드를 즐기고 사랑한다. 한국의 로컬푸드를 즐기고, 소식하며 절제한다면 100세 무병장수는 어렵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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