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청년에게 안전모를!"..어른을 위한 그림책 '선아'

김향미 기자 2018. 2.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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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그림책 <선아> 책표지

‘실업’ ‘N포세대’ ‘열정페이’ ‘학자금 상황’ ‘88만원’ ‘알바’ ‘최저임금’ …. 청년들의 삶을 둘러싼 많은 말들이다. 여기에 여성과 성소수자에게는 ‘혐오’ ‘차별’ ‘성폭력’ 등의 말이 보태진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선아>(이야기꽃)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반지하에 사는 스물 아홉 취업준비생 선아. 아침 8시면 윗집 차가 시동을 건다. 볕이 잘 들지 않아서일까. 선아의 방에는 시들어버린 작은 화분이 있다. 면접 날이다. 선아는 정성껏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면접장에선 많은 질문이 쏟진다. “졸업한 지가 꽤 됐네요.” “그동안 뭘 했지요?” “결혼은…?”

<선아>의 한 장면. 이야기꽃 제공
<선아>의 한 장면. 이야기꽃 제공

“정답이 있는 걸까” 선아는 생각한다. 거리를 걷는 선아. 마침 지나던 학원 건물에 있던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우유팩을 선아에게 던진다. 버스에선 난폭한 말이 들리고, 길에서 누군가에 부딪혀 넘어지는 바람에 안경이 깨졌다. 선아는 어디에서건 선을 넘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날마다 낭떠러지를 밟는다. 편의점 알바를 할 때 화를 내는 고객 앞에서 선아는 가만히 두손을 모은다. “잘못도 없는데 선아는 왜 불안해해야 하는가.”

<선아>의 한 장면. 이야기꽃 제공
<선아>의 한 장면. 이야기꽃 제공
<선아>의 한 장면. 이야기꽃 제공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선아는 공사장에서 안전모 하나를 발견한다. 선아는 “살아남고 싶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아침 8시 윗집 차가 시동을 건다. 선아는 취업준비생이다. 선아는 이제 안전모를 쓰고 거리로 나선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세상에 안전모가 필요한 사람이 선아뿐이었을까.

어른을 위한 그림책 <선아>의 한 장면. 이야기꽃 제공

<선아>를 쓴 문인혜 작가는 대학에서 시각미디어를, 작가공동체 ‘HILL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선아>를 그렸다. 20대 후반의 작가는 그림책을 완성하고 나니 자신의 이야기였다고 했다. 그는 “불안한 세상을 사는 모든 선아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작가는 이 작품으로 영국 일러스트레이션 협회의 ‘2017 국제 일러스트레이션상’을 받았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 이야기꽃 측은 <선아>와 함께 청년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앞서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이 펀딩은 ‘청년에게 안전모를 제공하자’는, 즉 청년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캠페인이다. 이야기꽃 제공목표 금액은 150만원. 하지만 최종 금액은 200만원을 넘기며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펀딩 사이트 댓글에는 이런 글들이 올라왔다.

“이 세상의 모든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어. 오늘도 수고했어. 늘 응원할게. 모든 청년들이 노란 안전모를 쓸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하며 <선아> 그림책 대박나길 기원합니다.” “선아와 눈 맞추고 선아와 손잡고 선아와 함께 걷습니다. 그림에서 숨결이 느껴집니다. 진심이 느껴집니다. 늘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출판사 이야기꽃에서는 그림책 <선아>를 출간하면서 실업, 경제난 등 어려움을 겪는 청년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이 펀딩은 ‘청년에게 안전모를 제공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이다. 이야기꽃 제공

이야기꽃 측은 모금액으로 안전모 스티커와 배지, 포스트잇 등을 제작해 후원자들에게 제공했다. 김장성 이야기꽃 대표는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할 권리’를 지켜줄 ‘안전모’가 제공되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기원한다”면서 “다음달 청년 실업과 복지 문제를 다루는 청년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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