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김지수 갖춘 韓 스켈레톤, 더 중요해진 '포스트 평창'

김지한 2018. 2.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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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왼쪽)과 김지수가 17일 오전 강릉 올림픽플라자 내 코리안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생각보다 잘 타서 깜짝 놀랐어요. 아마 앞으로 분명 더 크게 될 겁니다."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남자부 경기를 마친 뒤, 이용(40)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은 금메달을 딴 선수를 배출한 감격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한국 썰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윤성빈(24·강원도청)과 함께 출전해 첫 올림픽 6위에 오른 '다크호스' 김지수(24·성결대) 때문이다.

15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1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남자 스켈레톤 대표 김지수가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영화 '아이언맨'헬멧을 쓴 윤성빈이 주행 스타트를 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김지수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크호스로 꼽혔다. '한국 썰매 선구자' 강광배 한국체육대학교 교수(MBC 해설위원)는 "김지수가 이번 대회에서 큰 일을 낼 수도 있다. 올림픽 메달권에 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25위였던 김지수를 주목하는 시선은 적었지만 적어도 썰매계 내에선 홈 트랙 이점과 함께 컨디션을 끌어올린 김지수가 '큰 일'을 낼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김지수는 올림픽 전인 지난달 31일 미디어데이에서 "윤성빈을 꺾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김지수는 스타트 기록에서 톱5에 드는 등 깜짝 놀랄 만 한 실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 썰매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후, 경기장 건설, 실내외 스타트 훈련장 건립 등 훌륭한 인프라와 17명의 매머드급 스태프와 체계적인 훈련으로 세계 톱 수준의 실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스켈레톤의 윤성빈, 봅슬레이의 원윤종-서영우 외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없다는 게 단점으로도 지적됐다. '포스트 평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이들을 견줄 만 한 국내 선수가 있어야 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었다.

16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4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대한민국 김지수가 16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결승 4차 주행을 마친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평창=뉴스1]
그런데 김지수의 등장으로 한국 남자 스켈레톤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용 감독은 "낙후된 환경이라는 등 여러가지 얘기가 나왔는데 이번에 1등과 6등을 했다. 이제는 한국이 최강"이라고 말했다. 윤성빈도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건 반가운 일이다. 윤성빈은 "경쟁자가 있는 건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좋은 약이 될 것 같다"면서 "나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다.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수는 "다음에는 성빈이가 긴장할 수 있도록 잘 하겠다"며 라이벌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6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4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이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물론 이들이 '포스트 평창'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또다른 윤성빈, 김지수'를 키우려면 한국 썰매가 해야 할 일도 많다. 가장 필요한 건 '겨울체전 정식종목 편성'이다. 스켈레톤을 비롯한 썰매 종목은 경기장이 없는 이유로 그동안 치러지지 않다가 지난 2016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정식 경기가 아닌 실외 스타트 훈련장에서 스타트 기록만으로 경기를 치렀다. 김지수는 "앞으로 동계체전에 스켈레톤 종목이 생기면 그 종목을 하는 실업팀도 생길 것이다. 경기장을 잘 활용해서 더 많은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성빈도 "인재 발굴이 중요하고, 인재가 있을 때 그를 육성할 시설이 필요하다. 이제 한국이 가장 중요한 경기장을 보유한 국가가 됐으니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는 더 튼튼한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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