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만의 인간혁명]수도원 연쇄살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비밀

윤석만 2018. 2. 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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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미의 이름' 중세 종말 다뤄
수도원 연쇄살인 둘러싼 고대 비밀
'이데아'의 세계 꿈 꾼 스승 플라톤
현실의 인간 사랑한 아리스토텔레스
정치·생물·법학 등 모든 학문의 시초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의 목표 '행복'
'행복=자아실현+노블레스 오블리주'
영화 '장미의 이름'은 명감독 장자크 아누가 연출을 숀 코너리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장미의 이름]
1327년 이탈리아 북부의 한 수도원. 이곳에서 원인 모를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멜크 수도원의 젊은 수련사 아드소는 자신의 스승인 프란체스코 수도사 윌리엄과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선다. 가장 윤리적이고 모범적이어야 할 수도원에서 살인 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범인을 잡을 때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아드소와 윌리엄은 사건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20세기의 명작, 소설 ‘장미의 이름’의 주요 내용입니다. 내일 모레(19일) 서거 2주기를 맞는 움베르트 에코의 명작이죠. ‘장미의 이름’은 중세의 끝과 르네상스의 시작을 묘사한 현대의 고전으로 불립니다. 중세인의 세계관과 그 몰락의 과정을 그린 탁월한 역사소설이죠.
해변에서 휴식중인 움베르트 에코. 20세기 최고의 기호학자이며 소설가다. [중앙포토]
이 작품은 그가 52세에 처음 쓴 소설이기도 합니다. 기호학자가 갑자기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죠. 소설은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렸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철학이 담겨 있죠. 겉보기엔 추리소설이지만 실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과 프란시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 현대 기호학 등이 짙게 배어 있는 학문서로도 무방합니다.
무엇보다 에코의 풍부한 지식과 놀라운 추리력은 빈틈없는 구성과 어우러지면서 보는 이의 긴장감을 한 시도 흐트러뜨리지 않죠. 50여 국가에 번역된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1987년엔 명감독 장 자크 아노의 연출과 유명배우 숀 코너리의 주연으로 영화화 됐습니다. 잠시 대석학 에코가 소설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했던 중세 시대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시죠.
영화 속에서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 역할을 맡은 숀 코너리. [영화 장미의 이름]
문제의 수도원에 도착한 윌리엄은 영내 곳곳을 살펴보며 죽음과 연관된 단서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윌리엄이 도착한 두 번째 날, 이번엔 그리스어 번역가인 베난티오 수도사가 시체로 발견되죠. 다음날 도서관에 몰래 잠입한 윌리엄과 아드소에게 펼쳐진 광경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중세 최대 지식의 보고라는 별명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죠. 그러나 이들은 아직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미로 같은 도서관을 빠져 나오는데 애를 먹습니다.
날이 밝고 세 번째 피살자가 발견됩니다. 갓 발견된 시신에서 윌리엄은 살해 원인을 찾게 됩니다. 시체의 혀가 검게 변색돼 있던 거였죠. 그 때 한 젊은 수도사가 몰래 윌리엄을 찾아옵니다. 그는 도서관에서 이상한 서책을 발견했다고 전하지만, 끝내 그 말을 모두 전하지 못한 채 죽고 맙니다. 뒤이어 도서관 사서였던 말라키아 역시 손가락과 혀가 검게 변색된 채 시체로 발견됩니다.
영화 ‘장미의이름’.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간 윌리엄과 아드소는 일반 수도사들에겐 접근이 제한된 밀실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40년 넘게 사실상 수도원의 실세였던 늙은 수도사 호르헤를 만나게 되죠. 호르헤는 수도사들이 봐서는 안 될, 접근이 금지된 서책을 지키는 일종의 ‘신’의 사자라고 스스로를 믿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호르헤는 밀실에 숨어 이를 몰래 보거나, 보려했던 젊은 수도사들을 살해한 거였죠.
사건의 전말을 밝혀낸 윌리엄과 아드소는 호르헤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금서를 빼앗으려 합니다. 그러나 호르헤는 금서를 찢어 입으로 씹어 삼킵니다. 윌리엄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등잔이 넘어지고 도서관은 불길에 타오르죠. 호르헤는 끝까지 금서를 입에 넣으며 화염과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는 절규와 함께 말이죠.
수도원 도서관이 호르헤의 방화로 불타고 있다. 화재와 함께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영화 장미의 이름]
소설은 호르헤의 죽음으로 중세가 막을 내린다고 묘사했습니다. 당시의 모든 철학과 학문, 지식이 모여 있던 도서관이 잿더미로 주저앉으면서 한 시대가 멸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한 거였죠. 그렇다면 호르헤가 ’금서’에 대항해 지켜내고 싶었던 중세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요. 왜 그토록 ‘금서’를 세상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으려 한 걸까요?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과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다.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윌리엄은 죽어가는 호르헤의 얼굴에서 가짜 그리스도의 얼굴을 봤다고 합니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타인의 생명도 쉽게 빼앗을 수 있는 집착과 망상이 연쇄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한 거였죠. 호르헤가 지키고 싶었던 신의 계율, 중세의 가치란 것은 결국 경건함과 엄숙함을 넘어선 진리의 독재와 전체주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금서’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게 자신의 숙명이고, 순교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렇다면 여기서 남는 한 가지는 대체 그 ‘금서’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입니다. 얼마나 위험한 책이었기에 호르헤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젊은 수도사들을 죽여 가면서까지 책을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려 했던 걸까요?
그 책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입니다. 소설 속에서 도미니크 수도원은 세상에 단 한 권 남은 시학 2권을 소장하고 있었죠. 비극을 주제로 한 1권과 달리 2권은 희극과 즐거움,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인간을 웃게 만드는 책입니다. 하지만 엄숙함이 생명인 신학에서, 신의 계율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희극은 있어선 안 될 책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호르헤는 시학 2권을 보려는 젊은 수도사들을 죽이고 자신 또한 책과 함께 산화되고 맙니다.
만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중앙포토]
그런데 시학 2권은 실제로 존재하는 책일까요? 안타깝게도 지금 세상엔 2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학 1권에서 그는 “서사시와 희극에 대해선 추후에 다뤄보도록 하고, 이번엔 비극에 관해서 논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책머리를 시작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곧장 비극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음 서사시를 논합니다. 그리고 1권이 끝나고 말죠. 그의 다른 책 ‘수사학’에서도 “웃긴 것들에 대해선 따로 ‘시학’에서 정리해 놨다”고 명시해 놓습니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건대 그는 분명 2권을 썼을 겁니다.
실제로 3세기경 그리스 철학자들의 생애를 기록한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두 권이었다고 전합니다(哲人傳, De clarorum philosophorum vitis etc).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논거가 또 있죠. 고고학자 크래머가 1839년 시학 2권으로 추정되는 고문서를 발견해낸 것입니다. 한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고대의 기록들 가운데 희극에 대한 내용들이 도식과 함께 정리된 문서가 있던 거죠. 놀라운 것은 비극을 다룬 시학 1권과 비슷한 문체와 논리로 희극을 설명하고 있었죠. 이를 통해 크래머는 이 책이 시학 2권의 요약본이라고 주장하기 이릅니다.
프랑스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1권. [네이버]
하지만 시학 2권의 원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장미의 이름에서 도미니크 수도원의 화재로 소실된 것처럼, 실제로 중세 시대에 없어진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당시는 호르헤와 비슷한 생각이 온 사회를 지배하던 시대였으니까요. 다만 그 시대는 막을 내리고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죠. 중세는 결국 ‘덧없는 장미(중세 신학이 지키고 싶던 가치)의 이름만 남긴 채’ 사라져 버렸고요.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 2권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요. 단순히 희극 이론만을 설명하려던 건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도 그가 전하고 싶던 이야기는 ‘행복’이었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가 쓴 다른 저서(수사학, 정치학 등)와 2권으로 추정되는 고문서 등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인간은 웃음과 즐거움, 재미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최고의 가치는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그리스 고전 연구의 권위자인 김헌 서울대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행복의 철학자’라고 정의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행동과 기술과 학문이 모두 좋은 것을 추구하는데, 좋은 것들이 다 모인 곳의 최정상엔 행복이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또 ‘니코마스 윤리학’에서 그는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스승 플라톤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 세계의 인간을 이해하려던 철학자였습니다. 플라톤은 인간이 존재하는 삶 너머의 이데아를 바라봤죠.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족하고 나약하지만, 그래도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인간들을 위해 고민하고 생각했습니다.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나 학당을 보면, 그림 정 가운데에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과 달리 그 옆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고 있죠. 형이상학의 세계가 아닌, 현실의 세계를 고민하는 철학자였다는 이야깁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하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양 최고의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플라톤 이후의 모든 철학은 그의 주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그럼 행복은 무엇일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자신의 덕(arete)을 잘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자기의 본질을 깨닫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그리고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 실현하는 거죠. 그 유명한 도토리와 참나무의 비유가 같은 맥락입니다. 도토리는 참나무가 되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참나무는 아닙니다. 참나무는 도토리가 자기의 목적을 실현한 상태입니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특히 인간은 가능에서 실현으로 나아가는 고귀한 목표를 지닙니다. 이를 자아실현이라 부르죠.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시학 2권에서 전달하고 싶던 메시지는 ‘행복’이고, 행복은 자신에게 주어진 덕을 잘 살려 살아가는 걸 의미합니다. 도토리가 참나무로 되듯,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이 행복의 궁극적 목표가 되는 것이죠. 이처럼 자아실현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기위해선 자신의 참나무, 즉 꿈이 뭔지 잘 알아야 합니다.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학당'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과 땅을 가리키는 아리스토텔레스. [네이버]
그런데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어린 아이들에게 꿈이 뭔지 물으면 대부분 ‘무엇 무엇이 되겠다’며 직업을 이야기 합니다. 과거엔 대통령, 과학자, 모험가 같은 이색적인 직업들도 많이 나왔지만, 최근엔 교사와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들만 언급되죠. 꿈이 현실화 됐다고 할까요, 아니면 빈곤해졌다고 할까요. 어찌됐건 특정 직업을 내세우는 것만이 그 사람의 꿈이 될 순 없습니다.

적어도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에 따르면 직업은 ‘참나무’가 아닙니다. 특히 상위 20%만 의미 있는 직업을 갖게 될 거라는 ‘20대 80의 사회’에는 더욱 그렇죠. 현존하는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지고(옥스퍼드대 보고서), AI가 인간 직업의 다수를 대체할 미래엔 지금 내가 이야기 한 직업이 없어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직업을 얻겠다, 어디에 취업을 하겠다고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하는 건 자신의 ‘아레테’를 잘 모르거나, 과소평가 하는 일입니다. 결국 우리의 꿈은 특정 직업이 아닙니다. 나아가 무엇이 되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와 같은 건 꿈을 향해 가는데 필요한 세부적 목표 중 하나이지, 그 자체로 궁극의 행복이 될 수 없습니다. 막상 그 목표를 이뤘다고 치죠. 그러나 그 다음엔 뭐가 있나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엔 의외로 목적을 이룬 후 허탈해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일생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달리 말하면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죠. 목표를 이룬 이후의 삶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행복은 무엇을 이룬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추구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 안에서 꿈은 평생에 걸쳐 도전할 수 있는 무언가여야 하고요. 그 꿈을 이뤄가기 위한 매 단계마다 세부 목표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특정 직업을 얻는 것들일 테고요.
다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그가 말한 행복은 두 가집니다. 자신의 본성, 또는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잘 일깨워서 이뤄내는 것이 첫 번쨉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자아실현이죠. 두 번째는 자아실현을 통해 공동체에서 그 가치와 쓰임을 인정받는 겁니다. 자아실현을 한다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해가 될 일들을 해선 안 되겠죠. 결국 자아실현은 공공선과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할 때 진정 의미가 있는 겁니다.
이처럼 행복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자기의 본 모습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때 행복을 누릴 준비가 된 겁니다. 인간은 살면서 많은 걸 배우죠. 하다못해 운전을 하기 위해선 필기와 실기, 도로주행이라는 3단계 시험을 통과하고 면허증을 받아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경매장에서 180만 달러에 낙찰된 아인슈타인의 ‘행복메모’. 그는 1922년 일본의 한 호텔 점원에게 팁 대신 이 메모를 건넸다. 메모엔 ’조용하고 평범한 생활이 끊임없이 불안에 쌓여 성공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기쁨을 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 [AFP= 연합뉴스]
그런데 우린 운전보다 훨씬 중요한 행복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공부도, 준비도 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예로 들어 볼까요.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선 받기만 할 게 아니라 주는 방법도 알아야 하죠. 관심과 예쁨을 받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상대를 보살피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에도 배움이 필요하죠. 부모가 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책임과 의무, 헌신과 희생이라는 가치를 고민도 못 해보고 덜컥 엄마, 아빠가 됩니다.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이들이 다 컸을 때쯤 부모란 이런 거구나 깨닫게 됩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다면 좀 더 잘 했을 걸 하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죠.

그럼 이제 명확해집니다. 우리가 살면서 배우고 공부해야할 것은 지식만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특히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는 일입니다.

오늘 ‘인간혁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삶의 최상위 목표는 행복이고, 그런 행복을 얻기 위해선 공부하고 배워야한다는 겁니다. 미래엔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도 핵심 능력이 될 거란 이야기죠.
대학입시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생의 목적을 찾기 위한 공부를 가르쳤던 존 키팅. 학생들은 그를 내쫓은 학교에 항의 표시를 하기 위해 책상에 올라가 키팅이 가르쳤던 시를 읊는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90)의 한 장면. [중앙포토]
우리 모두가 말로는 행복이 삶의 목적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의외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복은 돈과 직업, 부동산과 자동차, 인기와 명성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 입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내 필요와 쓰임을 인정받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닐까요.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윤석만의 인간혁명‘은 매주 토요일 아침 업데이트 됩니다. #홈페이지(http://news.joins.com/issueseries/1014)

■ 윤석만 기자는

윤 기자는 2010년부터 교육 분야를 취재했다. 특히 인성·시민 교육 및 미래와 관련한 보도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성적과 스펙보다 협동과 배려, 공감 같은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이란 책을 냈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 심포지엄의 기조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중앙인성연구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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