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3에서 클래식, 박지수는 동화를 꿈꾼다

박대성 2018. 2. 1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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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남해] 박대성 기자=“K3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어렵고 힘든 선수들이 날 보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K리그1(클래식)에서 내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요. 축구 팬들에게 수비수 박지수를 각인시키고 싶어요.”

박지수는 지난해 경남FC 승격과 K리그2(챌린지) 조기 우승 주역이다. 정규리그 33경기에 출전해 경남 후방을 지켰고 2골로 팀 승리에 힘을 더했다. 빠른 스피드에 입힌 투지와 패기는 박지수의 많은 장점 중 하나다.

2017년 K리그2 최고 수비로 선정됐지만, 영광의 순간엔 긴 어둠이 있었다. 박지수의 축구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이야기는 2013년 대건고 졸업 후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으로 돌아간다.

박지수는 2013년 유스 클럽 우선지명으로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1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방출 아닌 방출을 당했다. 어린 박지수에게 인천 방출은 큰 고통이었다. 길을 잃고 방황했다. 축구를 놓고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가족들의 만류로 마음을 다시 잡았다. K3 FC의정부에 합류해 도전을 시작했다. 무일푼에 가까웠지만 프로 무대 도약만 꿈꾸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1년 후 조금씩 몸에 힘이 붙었고 J리그와 K리그 구단 입단 테스트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어요. 동계 훈련 기간이라 정말 힘들었어요. 그러던 중 경남 입단 테스트가 있었어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좋게 보셨나 봐요. 이틀 더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운이 좋았던 거죠.”

K3에서 경험은 입단 테스트의 밑거름이었다. 투지와 패기로 힘든 테스트를 소화했다. J리그 에이메 입단이 확정됐지만, 박지수의 선택은 경남이었다. 가족과 상의 후 “같은 조건이라면 한국에 있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결론에서였다.

경남은 박지수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박지수는 수비 외에도 전방위로 활약했다. 상황에 따라 공격에 배치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경기 출전만 해도 좋았다. 경남 입단 후 프로를 제대로 경험하게 됐다”라며 처음을 회상했다. 경남에 외풍이 불었지만 박지수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2016년, 경남은 김종부 감독 체제에 돌입했다. 패기와 투지로 김종부 감독 마음을 사로잡았고 주전 수비로 도약했다. 김종부 감독은 과묵하지만 날카로운 판단으로 경남을 재조립했고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었다.

원 팀 시너지는 2017년에 폭발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성적으로 K리그2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박지수 본인에게도 인상적인 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K리그2 베스트 수비수 부문에 이름 석자를 새겼다.

“인천 방출 후에 K3에서 도전했어요. 그리고 K리그2 우승, 상까지 받았어요. 축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우승이란 걸 경험했어요. 비록 K리그2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았어요. 2017년은 최고의 해예요. 절대 잊을 수 없어요. 부모님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거 같아 뿌듯해요.”

본가는 경상북도 문경이다. 문경엔 여봉훈과 신광훈이 있다. K리그1 승격 후 여봉훈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박지수, 여봉훈, 신광훈 트리오는 휴식기에 문경 조기회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우정을 다지기도 한다.

2018년은 박지수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K리그1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 한다. 현재 태국 1차 전지훈련 이후, 남해 2차 전지훈련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언제나 환한 미소로 K리그1 도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쿠니모토, 네게바 등 수준급 선수가 합류해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다. 박지수는 “지난해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코칭 스태프도 추가돼 수비 조직력도 올라왔다. 유독 나한테만 많이 요구하는 것 같다. 날 최고 수비로 키워주시려는 모양이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자신감도 넘쳤다. 조언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겼다. 그는 “(조)병국이 형이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준다. 병국이 형은 나에게 멘토다. 네가 상대할 선수는 김신욱, 이동국 같은 선수라고 강조한다. K리그1에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항상 말한다. K리그1은 상상 이상이라고 들었다. 도전하겠다. 자신도 있다”라며 두 눈을 반짝였다.

박지수의 2018년 목표는 크고 깊었다. 30경기 이상 출전으로 경남 승리의 파랑새가 되려 한다. K리그2 수비가 K리그1에서 안 된다는 편견도 깨려 한다. 인천에서 못 뛰었던 한을 경남에서 마음껏 풀려고 한다.

K리그1에서 만날 인천전을 고대했다. 박지수는 “지난해 성장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다. 인천을 만나면 더 분발할 거다. 골 넣으면 세리머니도 하고 싶다. 인천에 있을 때 못한 것도 있지만 아예 기회를 못 받았다. 3명이 운동할 때도 있었다. 돌아보면 그때가 터닝 포인트지만 상대팀으로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힘든 축구 인생을 걷는 선수들의 희망이 되고 싶었다. 박지수가 총력을 다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인천 방출, K3 이적, K리그2 우승을 K리그1에서도 이어가려 한다. 박지수는 오늘도 경남 동화를 꿈꾸며 한 걸음 전진하고 있다.

“인천 방출 후 K3에서 올라온 선수가 K리그1에서 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K3가 얼마나 힘들고 열악한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모두 나를 보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인정받고 싶어요. 팬들에게 수비수 박지수를 각인시키고 싶어요.”

사진=박대성 기자, 박지수 제공,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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