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이윤택도 '성추행'..불붙은 연극계 '미투'(종합)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2018. 2. 1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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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이윤택. (자료사진/노컷뉴스)
연극계에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배우 이명행이 출연 중이던 연극에서 하차한 데 이어 이어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윤택(76)도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 글이 나온 뒤 이루어진 결정이다.

이후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연극계 내부에서 만연했던 성추행·성희롱 사례에 대한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문화계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투운동이 조용했던 연극계에 뒤늦게 불이 붙은 것이다.

대학로에서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김수희(극단 미인 대표)는 14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10여 년 전 한 극단 지방공연 당시 자신이 겪은 성추행 사례를 공개했다. (관련기사 : 연극계 대표 연출가 이윤택도 성추행 의혹)

그는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를 하러 오라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 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그게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안 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수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미투' 글.(캡처사진)
김 대표는 “그는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며 성추행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결국 “그에게 '더는 못하겠습니다'란 말을 꺼냈다. 나는 방을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후 극단을 떠난 김 대표는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나는 도망다녔다. 무섭고 끔찍했다. 그가 연극계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서 김 대표는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글을 읽은 사람들은 연출가 이윤택임을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 연극 ‘오구’는 그가 이끌고 있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작이다. 이윤택이 작/연출도 맡았다.

김 대표의 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논란이 되자, 이날 오전 이윤택은 극단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를 통해 “지난날을 반성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근신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남겼다.(관련기사 : ‘성추행 의혹’ 이윤택 “반성, 근신하겠다”)

한 언론을 통해서는 “지난 남성중심시대의 못된 행태라고 자책하고, 스스로 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연희단거리패는 공연 중이던 연극 '수업'을 비롯해 예정된 모든 공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희단거리패 3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에 개관한 30스튜디오 앞에 공연 중단을 선언하는 공지가 게재됐다.
또 연출가 이윤택이 지난 2015년 국립극단에서 작업할 때 극단 직원을 성폭력한 일로, 국립극단 제작 과정에서 제외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해 이윤택을 향후 국립극단 작품에서 참여시키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극단은 2015년 사건 발생 이후부터 사후조치로 연출, 배우, 디자이너 계약서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물리적, 언어적 행위를 할 경우 쌍방은 본 계약을 즉각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국립극단 측은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성폭력 등 4대폭력 예방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연극계는 미투 운동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연극인이 “성폭력 피해를 안 당한 여성 연극인을 찾는 게 더 쉬울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한 것처럼, 연극계에 위계에 의한 성폭력인 만연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이미 SNS에서는 연극인들이 ‘미투’(Metoo)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이 겪은 피해사례를 폭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에도 관련 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부 연극인들은 미투 운동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이날 저녁 대학로에서 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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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yooy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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