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만학도의 못이룬 꿈, 그리고 눈물의 '명예졸업장'

김기준 기자 2018. 2. 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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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그리던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학업을 포기한 채 투병하다가 끝내 숨진 한 만학도에게 명예 졸업장이 수여됐다.

유원대학교는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올해 학위 수여식에서 고인의 숭고한 학업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그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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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살 대학입학 만학도 배소식씨 투병 중 끝내 숨져
유원대, 숭고한 학업정신 기리기 위해 '명예 졸업장'
2004년 54살의 만학도로 대학교에 입학한 당시 학업 의지를 적어 놓은 고(故) 배소식씨의 대학수첩. 배씨는 2학년까지 평균학점 4.0 이상을 유지하며 학업에만 정진했으나 대장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5년 끝내 숨졌다. 고인이 다니던 유원대학교는 그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2018.02.14.© News1

(영동=뉴스1) 김기준 기자 = 꿈에도 그리던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학업을 포기한 채 투병하다가 끝내 숨진 한 만학도에게 명예 졸업장이 수여됐다.

지난 13일 충북 유원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사후 명예졸업장을 받는 만학도의 가족이 있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고(故) 배소식씨는 2004년 당시 54살에 이 대학 국제영어학과(현 호텔관광항공영어과)에 입학했다.

가난때문에 포기했던 대학 진학의 꿈을 35년여만에 이뤘다. 배씨는 4년동안 열심히 공부해 뭇 사람의 모범이 되고자 했다.

그는 당시의 각오를 대학 수첩에 빼곡히 적어 놓았다.

“내 나이 54,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기에 대학 생활을 해낼 수 있을지 긴장했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 걱정과 불안은 점점 가시고 서서히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수첩에 적힌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도 담담하게 회고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헛되게 보낸 날도 많지만, 가난에서 벗아 나겠다는 일념으로 전국 최고의 사슴농장을 일구는 데 매진했다. 학창시절 가난이 멍에가 돼 제때 수업료를 낸 적이 없다”

그는 결국 중3 때 수업료를 내지 못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고,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다가 1년 뒤 영동농고에 근로장학생으로 입학해 가까스로 고교까지 학업을 이어 갔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든 그에게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다행히 사슴농장 경영에 성공하면서 안정을 찾게 된 배씨는 결혼도 하고, 슬하에 두 아들을 두게 됐다.

대학교에 입학해 학업을 계속하려는 마음은 여전했다. 그리고 54살이 돼서야 비로소 그 꿈을 실현했다.

배씨는 “인생의 반환점을 지났으나 대학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앞으로 30년 이상 더 살게 될 인생을 알차게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중도에 포기한다면 가족에겐 큰 실망이고,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국제영어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만학도에 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고통을 극복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끝으로 “4년 뒤 나의 대학 졸업은 내 인생의 한 단계 도약이고, 대학생인 두 아들에게 실천을 보여준 교육적 유산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대학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2학년을 마칠 때까지 평균학점 4.0 이상을 유지하며 학업에만 정진하던 배씨.

어느 날 속이 불편해 병원을 찾아다가 대장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학업을 또 포기할 수밖에 없던 배씨는 이후 11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투병 중이던 2011년 잠시 건강을 회복해 복학했으나 다시 병세가 악화해 한 학기만 간신히 마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삶은 2015년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유원대학교는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올해 학위 수여식에서 고인의 숭고한 학업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그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고인의 명예 졸업장을 받아 든 큰아들 지열씨는 “가족에게 매우 엄격하면서도 따뜻했던 선친께서는 늘 학업을 강조하며, 몸소 공부하는 모습을 실천하셨던 분이었다”고 회고한 뒤 “그토록 갈망했던 이 졸업장을 선친께 바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열씨는 현재 추풍령면에서 고인이 운영하던 사슴농장을 운영하며 모친과 조모를 모시고 있다.

soknisan8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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