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권 실명제 前 개설 차명계좌 파악..형평성 논란도

김태헌 기자 입력 2018.02.14. 11:09 수정 2018.02.14. 11:20

은행 증권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이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당시 차명계좌 원장 보유 현황을 점검한다.

14일 금융당국,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들이 금융실명제 시행일(1993년 8월12일) 당시 계좌 원장 보유 현황을 파악 중이다.

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 중 지금까지 금융거래를 지속하거나 장기간 하지 않은 휴면계좌 중 당시 원장이 남아 있는 계좌가 일부 시중은행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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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있어도 해지·깡통계좌는 과징금 부과 불가능
금융사 원천징수 방식도 논란..금융위 "과징금 부과 노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실명법 관련 유관기관 합동 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2.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은행 증권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이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당시 차명계좌 원장 보유 현황을 점검한다. 25년 전이라 금융회사들이 원장을 폐기했다는 게 중론이지만 금융당국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14일 금융당국,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들이 금융실명제 시행일(1993년 8월12일) 당시 계좌 원장 보유 현황을 파악 중이다.

차명계좌가 확인되면 금융실명법상 실명제 시행일 기준 금융자산 가액의 절반(50%)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당시 원장이나 잔액 정보를 파악해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 중 지금까지 금융거래를 지속하거나 장기간 하지 않은 휴면계좌 중 당시 원장이 남아 있는 계좌가 일부 시중은행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지 계좌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원장이 있더라도 차명계좌 여부를 확인하는 문제가 남는다. 지난 12일 법제처 해석이 나오기 전까지 금융당국은 "차명이더라도 주민등록상 실제 명의인이면 실명(실지명의)"이라고 판단해왔다. 금융사들은 이런 해석에 비춰 실명제 이후 실명으로 전환할 때 주민등록상 실지명의 여부만 판단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해당 명의가 실제 자금 출연자(실소유자)인지 아닌지 파악할 방법도, 의무도 없다"며 "책임소재를 따지기 모호하다"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와서 20년 전 실명으로 전환한 차명계좌가 실소유자 명의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게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로 실제 과징금 부과 건수는 거의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똑같이 실지명의 차명계좌를 사용했더라도 돈을 다 뺀 깡통계좌이거나 해지했으면 원장이 남아 있지 않아 과징금 부과 대상이더라도 실제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 당시 계좌를 그대로 뒀다가 이번 점검에서 차명으로 적발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과징금 징수 방식도 논란이다. 금융실명법상 과징금은 금융회사가 원천징수하게 돼 있다. 실명제 당시 계좌에 돈이 많았더라도 2018년 현재 재산이 없는(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문제다. 가령 1993년 8월12일 당시 계좌 잔액이 100억원인 사람이 25년이 흐른 지금 과징금 50억원을 낼 여력이 없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천징수는 금융회사가 세액을 먼저 내고, 납세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돈을 받는다. 실명제 당시 원장을 보유한 금융사들이 수백~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먼저 내고 회수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 국세청, 각 업권별 협회 등은 지난 13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1993년 이전 개설된 차명계좌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김 부위원장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사가 보유한 원장을 확보하는 것 이외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곧바로 차명계좌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며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많은 논의를 진행하겠다. 각 협회에서 궁금해하는 내용을 취합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solidarite4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