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상훈 프로파일러의 범죄도시](1) 고준희 어린이 사건, 사망의 진실은 무엇인가

입력 2018.02.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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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만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는 공적 양육시스템의 부재와 수사기관의 실종수사시스템 미비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고준희 어린이 실종사건은 결국 친부와 동거녀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그러나 지난 7일 열린 첫 재판에서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준희의 친부와 동거녀는 지난해 4월 아이가 갑상선 기능저하증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밥을 먹지 않고, 잠을 자지 않고 떼를 쓴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했다. 아이를 발로 밟아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 빠트리고도 방치한 결과 아이는 숨졌다. 이들은 숨진 아이의 시신 처리를 계획한 후 같은 달 27일 오전 2시쯤 시신을 전북 군산 인근의 야산에 암매장했다. 게다가 아이 앞으로 나온 양육수당마저 수차례 수령하며 마치 아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죽은 아이의 생일날 미역국을 이웃에 돌리고, 아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허위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및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치료를 제때 해주지 않아 아이를 숨지게 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아이가 사망할 정도의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의 죽음을 놓고 피고인들끼리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검찰이 기소한 이들의 혐의는 다음과 같다.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등이다.

고준희양 실종신고 후 전북 전주역에 붙은 전단지 / 연합뉴스

신고 당시 의심스러운 과장된 행동들

고준희 어린이 사망사건이 이들의 자작극이라는 의심은 실종신고 당시의 이례적인 행동에서부터 낌새가 보였다. 지난해 12월 8일 실종신고를 하려고 지구대를 방문한 친부와 동거녀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과도한 감정적 반응을 보였다. 지구대 경찰들 앞에서 크게 울부짖으며 아이를 찾아내라고 소리를 치고 감정을 못 이긴 듯 기절했다. 실제 아동을 잃어버린 부모는 의외로 감정적 반응이 적다. 게다가 이들이 주장한 실종시점은 신고일보다 20일이나 훨씬 앞선 11월 18일이었다. 실종 직후 신고를 한 것도 아니고 20여일이 지난 후의 실종아동 부모가 나타낼 수 있는 감정반응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누가 봐도 매우 의심스런 상황(범죄위장·Staging)이었으나 경찰은 이를 간과한 채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유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며칠간의 비공개수사를 벌였으나 이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다수의 인력이 동원된 광범위한 수색에도 불구하고 단서를 찾기 어렵게 되자 경찰은 가족 내부로 혐의를 이동했다. 친부 집 앞에서 발견된 혈흔과 피고인들의 통신내역 수사 끝에 경찰은 이들의 자백을 받아냈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만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는 공적 양육시스템의 부재와 수사기관의 실종수사시스템 미비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쟁점을 나열하면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죽음 자체에 대한 의문이다. 학대치사로 볼 것인가 살인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둘째, 누가 주범인가. 셋째, 학대가 의심되는 가정 내 아이를 조기에 구조할 방법은 없는가. 넷째, 시스템에 의한 실종 프로파일링 작동은 불가능한가 여부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친부와 동거녀 둘은 피해자에게 따로 혹은 같이 잔혹한 폭력(발목을 밟는 행위 포함)을 행사했다고 한다. 누구의 폭력이 피해자의 죽음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인지 특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 수사 결과다. 이는 결과적으로 친부와 동거녀 둘이 서로 사망의 책임을 미룰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됐다. 실제 이들의 진술 외에는 누가 주요한 책임이 있는지 특정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이 죽었지만 살인죄를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피고인들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들은 나아가 학대 자체도 부인하고 있다. 비록 발목을 밟고, 갈비뼈 골절 정도의 폭력을 행사했지만 당시 의식이 있었고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원래 몸이 약한 아이라서 결과적으로 죽은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소 당시에는 국민들의 분노를 살 만한 상황이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이들의 살해의도를 입증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현장검증 영상 속 친부의 행동과 진술을 보면 피해자의 발목을 밟는 상황을 재연하는 모습은 친부의 시점이 아니라 타인의 시점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그 타인은 이론적으로는 동거녀 혹은 다른 누구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피고인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둘 중 하나 혹은 둘이 같이 폭력을 행사했다는 예단을 내렸다. 그렇지만 서로 책임을 미루는 현 상황에 비추어 두 사람의 관계와 동거녀 모친이 개입한 정황 등을 볼 때 범행 당시의 감정선은 다른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준희양이 암매장된 장소에서 발견된 인형의 존재와 친부 집 앞 혈흔의 존재로 더욱 의심을 증폭하게 한다.

세 피고인 가운데 “누가 했는가”

경찰이 발견했다는 혈흔은 무엇이며 어떤 상황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 또한 단지 불쌍해서 인형을 새로 사서 넣어주었다는 동거녀 친모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사실이 있는가? 프로파일러의 시각에서 보자면 세 피고인 사이의 감정선과 관계 정립에 따라 범행을 재구성하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범행 상황이 보다 더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은 학대치사와 살인의 이분법적 선택의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 누가 했는가의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에 대한 조기 발견을 포함한 공적 양육시스템에 대한 문제이다. 이미 학령기 아동에 대한 조기발견 시스템은 몇 년 동안의 잔혹한 학대사건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는 구비돼 있다. 그런데 학령기 이전 아동에 대한 조기발견 시스템은 매우 미비하다. 이를 위해서 최소한 서구에서 운영하는 강제수사권을 가진 ‘복지경찰’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 또한 정상적인 양육이 불가능한 부모를 대신할 대체가정(위탁가정이든 공적가정이든)의 마련과 위기아동 보호에 대한 실질적인 액션플랜이 완비돼야 한다.

다음으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실종 프로파일링 도입에 대한 문제이다. 경찰에 신고되는 실종사건의 90~95%는 단순가출(미귀가)이다. 결국 해당 신고가 단순가출인지 아니면 강력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를 초기에 구분해주는 바로미터가 있다면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과 헛수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고준희 어린이 사건에서도 초기에 실종신고를 한 친부의 이상행동을 정확한 지표에 의해 판단했다면 그로부터 20일 동안 수만 명의 경찰력을 낭비하지 않고 더 빨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실종 프로파일링 매뉴얼이다. 물론 경찰은 이미 이 매뉴얼(완결된 것은 아닐지라도)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지표를 판단하고 즉시 결정할 인력과 결정권의 부재일 것이다. 향후 경찰 수사구조 개혁 차원에서 이뤄질 자치경찰 도입과 수사경찰 전문화 과정에서 반드시 개혁되어야 할 부분이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장(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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