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낚시면허제 '고양이 목에 방울?'

입력 2018.02.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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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40년 넘게 도입 여부 논란… 해수부, 다음달 제도개선안 발표

40년 넘게 끌어왔던 낚시면허제를 이번에는 도입할 수 있을까.

지금은 누구나 낚싯대를 들고 바다나 강에 나가 낚시를 할 수 있다. 낚시가 금지된 곳만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낚시면허제가 도입되면 사전에 낚시에 대한 일정한 교육을 받고, 일정한 비용을 들여서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낚시를 할 수 있다. 낚시 인구는 줄잡아 700만명. 없던 규제가 생기는 것이니 반발이 없을 리 없다. 낚시면허제 도입이 처음 검토된 것은 1974년이다. 그간 강한 반대에 부닥쳐 별다른 진전이 없던 낚시면허제가 최근 부각된 것은 최근 잇단 낚시어선사고가 원인이 됐다. 낚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낚시를 지금처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때마침 연근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낚시인들의 낚시로 인해 어족자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던 어민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해양수산부는 3월 낚시이용권 제도 도입 등을 담은 제도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내용에 따라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말마다 낚시를 즐기는 김욱동씨(36)는 종종 경북 울진 후포항을 찾는다. 고등어와 전갱이 등이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주말 출조 때는 아침 일찍 서둘러야 방파제 인근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금요일 밤부터는 아예 텐트를 쳐놓고 야간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씨는 “확실히 예전에 비해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늘어난 낚시 인구가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김씨와 동행한 동료 이상훈씨(36)는 “초보자들이다 보니 낚싯대를 제대로 가누지 못해 안전사고 위험이 크고, 떡밥을 과도하게 던져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강화군 초지리 황산초지바다낚시터 / 정지윤 기자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이미 시행

최근 TV에는 바다낚시를 배경으로 한 예능프로그램들이 잇달아 선을 보이고 있다. ‘도시어부’ ‘삼시세끼’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낚시채널에서나 볼 수 있던 낚시 관련 프로그램이 공중파나 종편에까지 나온다는 얘기는 그만큼 대중화됐다는 의미다. 실제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 등이 조사한 ‘여행 시 취미·운동 활동계획’을 보면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낚시가 1위로 올라섰다. 부동의 1위였던 등산은 2위로 물러섰다. 골프는 4위였다.

낚시면허제는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평생면허와 1회면허를 따로 내주기도 한다. 낚시를 레포츠로 보고 관리한다는 취지에서다. 한국에서 낚시면허제는 1974년 수산청(현 해수부)이 내수면어업법을 만들 때 처음 검토했다. 수질환경과 물고기자원 보호, 유어질서 확립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언급만 됐을 뿐 실제 추진되지는 못했다. 당시 사회여건상 돈을 내고 면허를 받아 낚시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1988년 보트 낚시, 갯바위 상륙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자 분쟁 해결방안 차원에서 낚시면허제가 다시 언급됐다. 하지만 이때도 ‘그런 방법이 있다’ 수준으로 끝났다.

1992년 낙동강 페놀 사태와 대형호수의 수질문제가 불거지면서 민물낚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됐다. 횐경부는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강하게 낚시면허제 도입을 요구했다. 1995년 환경부는 낚시면허제 도입안을 마련했다. 시·도에서 면허권을 취득하되 연간 1만원가량 사용료를 내는 게 골자였다. 1996년 국무총리실이 낚시면허제 시행 검토를 지시하고 환경부가 적극 추진의사를 밝히면서 입법 일보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수산청과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상수도를 취수하는 지역의 상류에서는 낚시를 할 수 없다는 낚시 금지조항만 포함됐을 뿐 바다는 물론 민물낚시 자체에 대해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았다.

낚시면허제 도입을 가장 강력히 밀어붙인 정권은 노무현 정부다. 200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006년 낚시면허제 도입을 검토했다. 거의 도입되는가 싶었지만 낚시계와 낚시인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낚시면허제 도입은 이후 쑥 들어갔다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해수부 부활과 함께 다시 제기됐다. 2015년 15명이 사망한 낚시어선인 돌고래호 전복사고로 낚시면허제 도입은 힘을 얻는가 싶었지만 정부는 끝내 용단을 내리지 못했다.

문제는 정부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주저하는 사이 낚시 관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대비 2016년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1.5배(230만명→343만명) 늘어난 반면 안전사고는 16배(13척→208척), 인명피해는 약 5배(14명→68명)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05건의 사고가 나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사고건수나 사상자 수는 지난 10년간 최대다.

낚시계와 낚시인들 거세게 반발

때마침 연근해 어획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어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2016년 연근해 어획량은 93만톤으로 4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낚시인들에게야 한 번 출조에 낚는 생선이 몇 마리 안 되지만 낚시 인구 전체로 보면 엄청난 양이 될 수 있다. 수협중앙회 산하 수산경제연구원이 추정한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바다낚시로 낚시인들이 건져올린 채포량(포획량)은 11만6000톤으로 추정된다. 한 번 바다에 나갈 때 잡는 평균 생선량(6.5㎏)에 연 평균 낚시 횟수(8회), 바다낚시 인구수(220만명)를 곱한 수치다. 바다낚시 채포량은 전체 연근해 어획량의 12.5%나 된다는 얘기다.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로서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해수부는 일단 낚시면허제보다는 낚시이용권제를 도입하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낚시면허제는 낚시인들이 시간을 내 교육을 받은 뒤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반면, 낚시이용권은 돈만 내면 일정지역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낚시인들에게는 낚시면허제보다 낚시이용권이 부담이 적지만 이 경우 사실상 ‘낚시세’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전남·제주 등 일부 지자체는 특정장소에서 낚시를 할 때 지자체 조례로 돈을 받고 있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준다면 전국 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또 정부는 종합대책에서 낚시인 1인당 채포량을 제한할 생각도 갖고 있다. 1인당 몇 ㎏ 혹은 몇 마리로 한정된다. 또 이렇게 잡은 생선은 상업적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란에는 ‘낚시에 대한 부담금이 말이 안되는 이유’라는 청원이 올라와 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반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있는 한 낚시 동호회에는 “하천구역에 쓰레기를 버린 게 낚시인인데 우리 취미생활을 하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양심에 좀 찔린다”며 낚시면허제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이 올라와 있다. 정부가 얼마나 합리적인 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여론의 갈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해수부 관계자는 “낚시인 및 업계의 의견을 추가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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