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과 탐색적 대화? OK, 그렇다고 보상? NO"

유지혜 2018. 2.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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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함께 관람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AP=연합뉴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말 워싱턴을 찾은 한국 학계 인사를 만나 “올해 최소 두 번의 북·미 대화 기회가 있었다. 애를 많이 썼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해 두 번 다 무산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당국자가 언급한 예기치 못한 사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2017년 2월)과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2017년 6월)이었다.

하지만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을 둘러싼 대화 흐름이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다. 미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구체적인 대화의 여건을 제시했다.

그는 11일(현지시간) 귀국하는 에어 포스 투 기내에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수준 이상으로 (북한에) 관여하기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대화가 이어지기 위한 전제조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취지다. WP는 이를 “처음엔 한국의 관여(남북 대화), 이후 잠재적으론 미국의 관여(북·미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만났을 때 언급한 ‘방북 여건’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펜스 부통령은 “핵심은 동맹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했구나’라고 믿을 수 있을 만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제재의 경감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과 주고 받은 대화 내용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이번 대화는 무엇이 다를 수 있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이 “북한에게 대화만으로는 어떤 외교적·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말하겠다. 그런 이익은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라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WP는 펜스가 문 대통령의 이런 보장(assurance)에 근거해 올림픽 이후의 남북 대화도 지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설득해 대화를 지속할 여건을 만들겠다는 한국의 약속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취해야 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묻자 펜스 부통령은 “나도 모른다. 그래서 대화를 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펜스 부통령이 말하는 대화는 한·미가 그간 추진하던 ‘탐색적 대화’를 뜻한다. 미국은 북한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한 탐색적 대화와 핵 문제 및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보상을 논하는 본협상을 분리해 접근해왔다.

WP도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해온 북한이 우선 비핵화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놓는 것을 첫 단계로 꼽으면서도 “이 역시 예비 대화를 시작하는 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문턱은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 역시 ‘가망성이 없는 일(non-starter)’이라고 했다.

결국 펜스 부통령이 밝힌 미국의 원칙은 ▶북한과 탐색적 대화를 해볼 수는 있지만 ▶대화만으로 보상하는 일은 없으며 ▶대화를 하더라도 지금 가하는 최고의 압박에 변함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펜스 부통령은 귀국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 성과를 보고한 뒤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대화를 믿는다고 말했지만, 대화 자체에 대한 보상(reward)은 없다”며 “잠재적 대화 가능성이 있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강력한 제재를 곧 발표할 것이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최고의 압박 작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올렸다. 또 “우리의 동맹들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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