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택공급 2배 늘어난다..집값 잡기는 '역부족'

이정윤 기자 2018. 2.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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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이정윤 기자]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전체 주택 인허가 실적은 11만3000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3년(11만6000가구)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서울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데일리안

서울 강남권 주택 인허가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수급불균형 현상이 향후 2~3년 내에 해소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공급 확대는 집값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넘치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공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반대로 실수요 보다 투기세력으로 인한 집값이 상승이 문제라고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서울은 주택 수급불균형을 겪은 지 오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서울 주택보급률은 96%로 나타났다. 적정 주택보급률인 105~110%를 밑도는 수준이다. 강남의 경우 잇단 정부의 규제로 ‘똘똘한 한채’ 선호가 높아지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수급불균형이 더욱 심각한 분위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전체 주택 인허가 실적은 11만3000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3년(11만6000가구)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경우 4만9000가구로 전년(2만4000가구)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가운데 아파트의 경우 4만1000가구로 1만3000가구였던 전년보다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공급 확대로는 강남지역 수요 쏠림 현상이나 집값 안정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더군다나 강남권으로 진입하려는 대기수요도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일단 인허가의 경우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이 2~3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 공급부족 해소는 어렵다”며 “앞으로 인기 아파트 단지에 두드러진 쏠림현상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강남4구에 위치한 ‘로또 아파트’들은 역대급이라는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청약경쟁률을 찍었다. 실제로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에서 ▲신반포센트럴자이 168대1 ▲래미안강남포레스트 41대1 ▲고덕아르테온 230대1 등을 기록했다. 올해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상한제로 로또 아파트 청약 쏠림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강남으로 진입하려는 대기 수요도 만만찮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7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약 24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강남3구 거주자는 3만9000여명에 그쳐, 앞으로 강남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추가적인 강남 유입 수요는 상당한 셈이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팀장은 “인허가가 난 단지들은 항상 수요가 넘쳐나는 사업성이 좋은 곳들이 대부분”이라며 “신도시처럼 대규모로 파격적인 공급이 있기 전엔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강남에 공급이 지속될 것이란 시그널만 있어도 사람들이 강남권 진입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인 등락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강남 집값은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강남지역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견지하면서도 국토부장관과 달리 서울 전체 수급불균형 현상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강남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 집값 상승은 투기수요의 영향”이라고 말하며 지난해 6월 취임 당시의 견해를 재확인 했다.

김 장관은 강남 뿐 아니라 서울 전체 주택 공급도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근 서울‧수도권 지역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 공공택지 공급을 하겠다고 한 것은 어느 정도 공급부족론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의 관계를 반영하는 신호인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통계상 예년 대비 공급 물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채 공급량만 갖고 증감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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