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방남 대만족한 김정은..도발 중단 명분 찾나

CBS노컷뉴스 도성해 기자 입력 2018. 2. 1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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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남북 정상회담→미국에 우호적인 신호 보내기"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고위급대표단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이후 우리 정부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한 데 이어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후속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여정 특사 방남 이후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 "김정은, 북남관계 개선 발전 방향 제시…실무대책 지시"…남북대화와 교류 협력에 적극 나설 듯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특명을 받고 방남했던 김여정(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등 고위급대표단의 귀환 보고에 크게 만족하면서 우리 정부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화해와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 훌륭한 결과를 계속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향후 북남관계 개선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문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데 대한 강령적 지시를 주시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어떤 방향과 대책을 제시했는지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여건을 조성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까지는 핵무력 완성에 올인했다면 올해는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를 재확인해주는 보도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적 환경조성 이라는 두 가지 큰 틀 속에서 6.15 정상회담 합의 내용과 10.4 선언의 이행, 더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 등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는 남북이 상호 존중의 정신 하에서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 특사 일행이 상당히 분위기 좋게 방남 일정을 마무리하고 왔고 김정은 위원장도 그 결과에 매우 흡족해한 것 같다”며 “향후 남북 대화나 교류 협력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사안부터 차곡차곡 준비할 것을 독려한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홍민 실장은 “‘강령적’이라는 단어는 지도자가 시한을 두지 않고 완수될 때까지 일을 하라고 지시할 때 쓰는 표현”이라며 “그만큼 김정은의 지시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며 남북 관계개선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중단된 민간차원 교류협력도 활성화 기대

올 초 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민족적 화해와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분위기를 적극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남북 접촉과 왕래, 교류를 폭넓게 실현하고 집권 여당은 물론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대화의 길을 열어 놓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우선 그동안 막혔던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가 다시 재개될지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신청은 243건이고, 올 들어서만 50건에 이른다”며 “비정치적 민간교류는 정치적 사안과는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대북 제재 국면이 심화되면서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방북도 거부해왔는데 이같은 방침에 변화가 생길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 "북한,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 중지 명분 찾은 후 북미관계 개선" 중장기 로드맵 가동 분석

김정은 위원장이 이처럼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나선 이유는 그만큼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측 고위 당국자들과 6차례 가진 오만찬 회동때마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일시적인 대북 제재 국면 모면’이라는 단기적인 목표 그 이상의 중장기적인 플랜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으로부터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를 이끌어내고 항구적인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홍민 실장은 “북한으로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자신들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주고 이를 활용해 미국에 좋은 신호를 보내려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12일 "북남 대화와 관계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에 북측이 핵시험이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다.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도발 중단이 필요한데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획기적인 관계개선을 명분삼아 자신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 의지를 변경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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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도성해 기자] holysea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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