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한·중·일 5G 각축전.. 한국이 평창서 기선 잡았다

오춘호 입력 2018. 2. 14. 03: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선보인 첨단기술
IoT·자율주행 구현하는 핵심 기술 5세대 통신망
일본 NHK, 4k 초고화질 TV 뛰어넘어 8k 방송
주파수 할당도 문제지만 수요 확보 안되는 게 난관
오춘호 < 선임기자·공학박사 >

[ 오춘호 기자 ]

올림픽만큼 혁신 플랫폼을 선보이는 곳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글로벌 브랜드의 마케팅 전시장이면서 시장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현장이다. 무엇보다 첨단 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이곳의 데이터는 금맥이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9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도 신기술의 향연은 이어졌다. 1218개의 드론이 잠자리 떼처럼 하늘을 수놓았으며 드론에 장착한 LED 조명은 40억 개의 색 조합을 구현해냈다. 1200개의 LED 촛불로 구현한 평화의 비둘기 형상도 인상적이었다.

평화의 비둘기 형상은 차세대 통신망인 5G로 연결된 것이었다. 드론의 찬란한 조명쇼는 4k UHD(초고화질의 4배 선명도) TV 기술로 전 세계에 송출됐다. 4k와 5G 기술이 평창의 화두로 뜨고 있다. 하지만 4k TV와 5G 통신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세계 기업들이 이 기술 확보에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어서다. 중국과 일본은 정부가 직접 나서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평창에 이어 2020년 일본 도쿄하계올림픽과 2022년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은 아예 대놓고 초고화질 TV에서 4k를 넘어 8k로 시험송출하고 있다. 첨단 방송통신 시장을 향한 한·중·일 삼국의 각축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통신 속도의 패권을 쥐는 국가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고 지배하는 모양새다.


5G 승부 평창에서 막 올라

5G는 일반적으로 LTE에 비해 사용자 체감속도가 100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연시간도 1ms(1000분의 1초)다. 자율주행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면 LTE 상태에선 10m 미끄러지지만 5G는 3㎝도 되지 않는다. 연결 범위 또한 LTE에 비해 100배가 넘는다. 이를 토대로 고속의 장면을 시청할 수 있고 가상현실(VR)에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이나 사물인터넷(IoT) 모두 5G 환경에서 가능하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도 5G에서 훨씬 유용하다. 그래서 오히려 개인 소비자 중심의 모바일 단말기 시장보다 IoT 기반 기업 비즈니스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이런 5G 시험 서비스가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됐다. 5G와 VR을 조합한 스키점프 모의체험 등도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이런 5G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게 주목된다. 일본은 2020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일본 전역에서 5G를 상용화하기로 한 상태다. 중국 정부 또한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통신서비스 업체인 ZTE가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은 내년 하반기 정식으로 5G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상용화가 목표였던 한국도 내년으로 상용화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 상용화 시기가 더욱 앞당겨져 올해 안에 3개국에서 먼저 선수를 칠 수도 있다. 평창의 5G 시연 성공이 그만큼 불을 댕긴 것이다.

통신장비시장은 더욱 치열해져

통신장비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4G 때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노키아와 에릭슨 등 기존 통신장비 회사들에 중국 화웨이, 삼성전자 등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유럽과 일본 대기업 중심이던 세력 구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양대 기업이 가격을 크게 내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시장 진출이 막혀 일본이나 한국 등 에서의 대형 수주에 혈안이 되고 있다. 미국 상원은 7일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를 구입하거나 빌리지 않도록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물론 중국 기업에 대한 보안 불안 때문이다. 이에 맞춰 KT는 이미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 등에 제안요청서를 전달한 상태다.

삼성전자도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일본 KDDI와 함께 5G를 통해 190㎞를 넘는 속도로 주행하는 자율자동차 실험에 성공했다. “고속 이동 시 통신접속 기술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빠지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일본 기업도 미국 시장에 적극 뛰어들려 하고 있다. 에릭슨 등 기존 통신 기업들은 5G 최고 속도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독자적으로 5G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에 열심이다. 트럼프 정부가 망 중립성을 걷어내려 한 것도 이 같은 5G 투자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본은 초고화질 TV 방송에 '적극'

고화질 TV에서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평창올림픽에서 8k 시험방송에 나서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 8k 초고화질 방송 중계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일본 파나소닉과 소니 등도 8k용 TV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4k 상용화를 선언한 한국을 앞지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또한 4k를 넘어 8k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도 KT스카이라이프가 삼성전자와 함께 8k UHD 전국 단위 방송 시연에 성공했다. 한·중·일의 고화질 방송 확보 경쟁이 평창을 기점으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지상파로 4k 초고화질을 보기 힘든 상황이다. 케이블 또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나 4k를 볼 수 있다. 한·중·일의 경쟁이 세계 시청자의 미디어 선택권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치열한 경쟁이 세계 미디어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5G 상용화까지 난관 산적

5G에선 무엇보다 주파수 문제가 심각하다. 통신용 고주파는 휴대폰이 많이 사용해 포화 상태다. 저주파는 많은 통신 대역을 제공하지만 나뭇잎도 저주파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약한 게 단점이다. 하드웨어는 또 다른 변수다. 5G는 더 많은 안테나와 기지국, 광섬유가 필요하다.

가장 큰 변수는 수요가 아직 창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지난해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가장 큰 위험이 뭐냐고 설문조사했을 때 확실한 비즈니스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는 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당장의 수요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VR 기술이 발전하지만 시장이 갖춰지지 않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초고화질 TV에서도 주파수가 장벽이다. 지상파가 초고화질 방송을 위해 요구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700㎒) 확보다. 방송사들은 UHD 방송을 일반 가정에서도 시청하려면 주파수 할당과 관련 제도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도 업계의 요구사항이다. 평창을 기점으로 정보통신의 거대한 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의 승부는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길 것이다. 자칫 졸거나 한눈팔면 미래는 없다.

ohchoo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글방]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