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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의 '뉴스 저격'] 베끼기로 시작, 혁신으로 재창조.. 14억명의 '위챗 제국' 일구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18.02.14. 03:12 수정 2018.02.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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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 19년만에 시가총액 아시아 1위.. 中 IT 기업 텐센트의 성공 비결]
'위챗'에 음성메시지 전달 기능 넣는 등 창조적 모방으로 브랜드가치 키워
실패 용인하고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 수년간 실적 없던 팀, 게임 히트작 만들기도
"중국 정부 보호로 단기간에 성장" '무균 상자 안의 아이' 라는 지적도

1998년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창업한 텐센트(Tencent·騰訊)는 작년 말 시가총액 기준 아시아 1위 기업이 됐다.

전 세계 기업을 통틀어도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에 이어 세계 5위다. 2위인 알리바바그룹과의 격차는 526억달러(약 57조원) 정도다. 텐센트의 매출은 최근 10년 새 5배 넘게 늘었고,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에만 83% 올라 세계 30대 브랜드 중 상승폭 1위였다.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챗(微信·웨이신),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위챗페이, 인스턴트메시지 QQ, 온라인 게임 등을 주력으로 한 텐센트가 19년 만에 세계 굴지의 IT 기업이 된 것이다. 위챗의 경우 서비스 시작 433일 만에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 현재까지 세계 최단기간 기록이다. 위챗페이, QQ 등 텐센트 계열 앱 사용자들의 하루 평균 총 사용시간은 407.2분(약 6.7시간)으로 2위인 알리바바 계열의 2.8배, 바이두 계열의 6.5배에 달한다.

◇14억 대시장 배경… '창조적 모방'의 힘

텐센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 큰 물에 큰 물고기가 산다" 는 말처럼 모바일·인터넷 소비가 급팽창하는 14억명의 중국에서 사업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게임 이용자는 지난해에만 한국 총인구만 한 5543만명이 새로 생겨났다. 동영상 시청자, 문학 작품 신규 구독자도 같은 기간 4870만명, 3975만명 늘었다. 텐센트는 모바일 게임과 영상·음악·문학·뉴스 서비스 모두 사용자 기준 중국 1위다.

텐센트의 상품은 대부분 '모방'으로 시작해서 '혁신'으로 경쟁력을 키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위챗에 무전기처럼 음성 메시지 전달 기능을 넣어 스마트폰 조작이 서툰 기업 고위 임원들까지 이용토록 해 사용자를 크게 늘린 것이나, 개인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자신을 표시하는 기능 등을 QQ에 추가해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친 게 이를 보여준다.

"대다수 기업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대로 그리는 1차원적 모방을 했지만, 우리는 고양이를 보고 나서 사자를 그렸다. 그것은 제2의 창조이다."(창업자 마화텅) 남의 것을 베끼는 수준을 넘어 기존 것을 발전시켜 재창조함으로써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중국 특색의 문화와 관습 적용도 적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 중국 역사·신화를 반영해 만든 모바일 게임 '영광의 왕'(王者榮耀)은 지난해 전 세계 게임 가운데 최대 매출을 올렸다. 위챗페이는 알리바바 제품(알리페이)보다 10년 늦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세뱃돈을 건네는 훙바오(紅包) 문화를 모바일로 실제 구현함으로써 위챗페이는 지금 길거리 좌판부터 식당·고급 쇼핑몰, 공유 자전거와 지하철 이용까지 중국인들이 쓰는 '모바일 국민 결제 서비스'가 됐다.

◇치열한 내부 경쟁…'공산당 지원 성장'은 한계

"텐센트에선 실패를 용인하고 오랜 시간 기다려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도 '사내 정치'를 하지 않는다."(본사 '게임 글로벌퍼블리싱센터'양진호 디렉터) 일례로 지난해 메가 히트를 터트린 '영광의 왕' 게임을 만든 곳은 수년 동안 실적이 없던 쓰촨성 청두(成都)의 게임 개발팀이다. 과거 실적보다 지금 실력으로 승부를 보며, 관시(關係·관계)나 서열보다 실력에 기반을 둔 공정경쟁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가 배어 있는 것이다.

서비스나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여러 부서에 같은 일을 맡겨 놓고 경쟁을 시키는 것도 독특하다. 비효율적인 중복 투자로 보이지만 최고 효율을 낳는다는 믿음에서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제품의 성공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는 개인이나 팀엔 인센티브를 준다. 인센티브는 개인별로 500~100만위안까지 다양하다. 사내에선 내부경쟁에서 뒤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살기 위해 자궁 속에서 형제를 잡아먹는다"는'상어의 자궁'으로 비유된다.

텐센트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비상장기업) 등 외부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작년 12월 현재 중화권에 본사를 둔 120개 유니콘 가운데 텐센트가 투자한 회사는 21개사로 이 분야 세계 2위다.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사 수퍼셀과 페이스북 경쟁자인 스냅,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만든 스카이댄스 등 지난해에만 매월 평균 1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텐센트의 성공은 당국의 자국 IT 기업 육성과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강력한 인터넷 검열 장치 덕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검열'은 구글·페이스북 등 경쟁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텐센트에 대해 "중국 정부의 보호로 단기간에 성장한 '무균 상자 안에 사는 아이' 같다. 공산당의 '빅브러더 사회' 만들기의 공헌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