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수사만에.. "햄버거병 증거 부족"

윤주헌 기자 2018. 2. 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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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햄버거 회사 기소 않기로.. 패티 납품 관계자만 불구속 기소

이른바 '햄버거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13일 "햄버거 패티가 이 병의 원인이 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햄버거 회사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햄버거병의 피해자라는 한 가족은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2016년 9월 당시 네 살이던 아이가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를 먹고 대장균 감염증의 일종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을 접수하자마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세 가족도 같은 피해를 봤다면서 추가 고소가 이어졌다. 이 사건 수사는 7개월간 계속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햄버거 패티와 발병(發病) 사이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허무하게 끝났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돼 신장 기능이 마비되는 병으로, 오염된 고기나 채소 등을 덜 익혀 먹었을 때 주로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미국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에서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에게 집단 발병한 병력(病歷) 때문에 햄버거병이라고 불린다.

사건의 쟁점은 아이들이 먹었던 햄버거의 돼지고기 패티가 HUS 발병의 원인이 됐는지 여부였다. 박종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해자들이 먹은 햄버거 패티가 만들어진 같은 날에 제조된 패티가 남아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먹은 패티가 오염됐다거나 설익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햄버거병의 원인이 되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한 점 등을 보면 피해자들이 햄버거를 먹은 직후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햄버거 패티가 오염됐다고 추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됐던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두 번에 걸쳐 의학, 식품학, 미생물학 관련 교수 등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도 "정확한 발병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먹은 햄버거 패티를 찾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별건(別件) 수사'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한국맥도날드와 패티 납품업체 등 4곳을 압수 수색한 뒤 햄버거 패티를 안전성 확인 없이 유통한 혐의로 패티 납품업체 관계자 3명에 대해 두 번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햄버거병과 관련된 것은 돼지고기 패티인데 검찰이 문제 삼은 패티는 소고기 패티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햄버거병 수사에 진척이 없자 검찰이 성과를 내기 위해 사건 본질과 동떨어진 부분을 건드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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