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드론'·중 '클라우드' 떴는데.. 국내 스타트업 규제로 '꽁꽁'
국내 ICT기업 6곳 알리바바와 사업제휴
의료영상 AI 등 중국 진출로 성장 모색
■평창 동계올림픽
애써 준비한 'ICT(정보통신기술) 올림픽'이 해외 기업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개막식에서 환상적인 '드론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올림픽 파트너로 참가한 중국 기업 알리바바가 클라우드 기술을 앞세워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는 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전시성 행사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들이 규제에 묶여 중국 알리바바와 손잡고 국내가 아닌 중국 진출을 선택하고 있다.
◇'기술' 안보이고 '즐거움'만 남은 국내 기업 전시= 지난 12일 찾아간 강릉 올림픽 파크 KT 홍보관 '5G 커넥티드' 앞에는 세계 최초 5G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입구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추운 날씨에 대기시간이 40∼50분에 달해 간간이 볼멘소리가 들렸지만 대부분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작 체험관 안에선 5G 서비스보단 성화봉송 주자나 아이스하키 선수가 돼보는 가상현실(VR) 기기에만 사람이 몰렸다. 5G 네트워크로 변화할 도시 모습을 설명하는 안내원은 대부분 혼자 자리를 지켰고, 주변에 전시된 세계 최초 5G 단말기(태블릿PC)는 덩그러니 방치됐다.
삼성전자 홍보관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 역시 앞선 신기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단 'VR 테마파크'에 가까워 보였다. 스노보드, 스켈레톤 등 동계 스포츠와 월면 탐사, 익룡 체험 등 갖가지 VR 체험존에선 격렬하게 움직이는 기기에 올라탄 관람객들의 비명이 쏟아졌지만, 이미 익숙한 기술로 '최첨단'이라고 부르기엔 무색한 수준이었다.
강릉역 앞에 중소벤처 기업 홍보 공간으로 만든 'ICT 스퀘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기업 홍보부스의 절반은 사람 없이 텅 빈 모습이었으며, 몇몇 관람객들이 스키점프 VR 체험이나 VR 슈팅게임 등을 즐기는 모습이었으나 기업들엔 관심이 없었다.
◇첫 올림픽 무대서 실속 챙긴 알리바바= 평창 동계올림픽에 처음 올림픽 파트너로 참여한 중국의 알리바바는 자사의 클라우드 기술 홍보에 집중했다. 홍보관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들이 태블릿 PC로 이름과 좋아하는 종목, 얼굴 사진 등을 등록하도록 안내했다. 홍보관 안쪽 '스마트패스' 전시물 앞에서자 순식간에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해 여행 취향과 좋아하는 종목 등에 맞춰 중국 여행 일정을 짜줬다. 알리바바 '티몰' 전시물 앞에선 얼굴을 합성한 아바타가 나타나 가상 환경에서 옷을 입혀주고 취향에 맞춘 제품들을 추천해줬다. 머리 위로는 관람객의 동선을 자동으로 읽어 홍보관 내부의 혼잡도를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모니터가 달려있었다. 알리바바 측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이런 기술들을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자사의 클라우드 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이날 알리바바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한 중국대사관 등과 함께 자사 홍보관에서 '한·중 평창 ICT 비즈니스 포럼'을 열고 국내 유망 ICT 기업 6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은 알리바바 클라우드 플랫폼 'ET 브레인'에 자사가 개발한 서비스를 올려 중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레오 리우 알리바바 총경리는 "전자상거래를 시작으로 금융, 물류, 엔터테인먼트에 이르는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에 가장 적합한 클라우드 환경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며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ICT 강국 무색…규제에 갇힌 국내 기업= 알리바바와 MOU를 맺은 기업 중 하나인 루닛은 2013년 창업해 의료영상 인공지능 진단 분야를 선도해온 기업이다. 인공지능 딥러닝 분야 국제대회에서 IBM, 마이크로소프트보다도 높은 순위에 오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폐암 진단 인공지능은 임상시험에서 의사들의 진단 정확도를 14%나 높이는 것으로 입증됐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영상으로 폐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개발을 마치고 올해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며 "클라우드 플랫폼에 의료영상 인공지능 진단 서비스를 올리면 의사들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져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는 데이터를 계속해서 축적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법적으로 병원이 보유한 의료 정보를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과 공유할 수 없다. 최근 대형병원들이 연구용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비식별화된 정보를 교류하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상업적 이용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루닛은 이미 중국에서 'ET 메디컬 브레인'이란 이름으로 의료 분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다. 루닛과 비슷한 의료영상 인공지능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OBS코리아나, 가정용이지만 병원 장비보다 더 뛰어난 화질의 의료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원격진료 체온계를 개발한 아람휴비스 등도 규제에 막혀있는 국내 대신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는 길을 택했다.
아람휴비스 관계자는 "국내는 원격진료가 불법이라 올해 체온계 제품으로만 출시할 계획이지만, 알리바바 클라우드와는 원격진료 시스템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라며 "클라우드 시스템에 데이터를 축적해 앞으로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시스템까지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평창ICT올림픽추진팀장은 "올림픽에서 단순히 우리의 첨단 ICT 기술을 보여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가치창출과 해외 진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들의 성과 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강릉=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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