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훈·정동기, MB 사건 변호 위해 법무법인 바른 퇴사
[경향신문] 이명박(MB) 정부의 ‘전담 로펌’으로 불렸던 법무법인 바른의 공동 창업주 강훈 변호사(64·사법연수원 14기)가 이명박 전 대통령(77) 관련 사건 수임을 위해 법무법인을 떠났다. 이명박 정부 민정수석이었던 정동기 변호사(65·8기)도 바른에서 퇴사했다. 바른은 이명박 정부 관련 주요 사건을 맡으면서 성장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MB 색깔’ 지우기에 힘쓰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 변호사와 정 변호사는 지난 12일자로 바른에서 퇴사했다. 바른 관계자는 “사측은 검찰의 MB 수사 관련 피의자 사건을 맡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강 변호사가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변호인 선임계를 지난주 검찰에 냈다는 사실을 지난 12일 알았다”면서 “이에 경영진이 강 변호사 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변호사가 2주 정도 소요되는 개인사무실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면 바른은 사임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와 함께 장 전 기획관 선임계를 낸 이동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50·23기)도 변호인 선임을 철회하기로 했다.
강 변호사는 서울고법 판사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동기 변호사였는데 정 변호사도 강 변호사와 함께 바른에서 퇴사했다. 두 사람은 검찰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른은 1998년 4월 강 변호사, 김재호 변호사(56·16기) 등 4명으로 출발했다.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주축이 됐고 특히 이명박 정부 여권의 주요 정치적 사건을 담당하면서 급성장했다. 2008년 8월에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집행 정지 신청 사건에서 강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측 법률 대리를 했다.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 172명이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손해를 입었다며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상인측 법률 대리를 했다. 대선이 있던 2007년에는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도곡동 땅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변호도 담당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과거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던 변호사들이 줄줄이 바른을 떠나고 있다. 앞서 이인규 변호사(60·14기) 법무법인 바른에서 퇴사했다. 이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었던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이끌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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