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7조 빚더미에도 명절 공짜통행료..세금으로 충당?
지난 추석 때 535억원 손실, 지원 '0'
올 설 연휴에도 500억원 손실 예상
통행료 면제 법제화로 매년 되풀이
도공 27조 빚, 이자만 한해 1조 부담
"빚 갚을 돈으로 통행료 공짜는 문제"
27조 빚 도공, 설·추석 통행료 공짜로 매년 1000억 손해
13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사흘(10월 3~5일)간 실시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로 입은 손실은 535억원이었으나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당시 민자고속도로 구간도 통행료 면제를 시행했지만 손실금 142억원을 정부로부터 전액 돌려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지난해 국정기획위에서 추석과 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결정을 발표하면서 "(빚이 많은 도공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아무런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의 이용욱 도로정책과장은 "명절 통행료 면제는 서민 부담 경감과 관광 및 내수 활성화 등을 위한 것"이라며 "현재 도공의 자금흐름이 괜찮기 때문에 통행료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공의 채무가 27조원에 달하지만, 부채비율은 85%로 양호하다는 것이다.
도공의 빚 27조원은 국내 비금융권 공기업 가운데 LH, 한전, 가스공사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다.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사업비의 50~60%를 자체 조달해왔기 때문이다. 나머지만 정부가 지원한다.
현재 도공이 경차 할인 등 각종 할인·감면 정책으로 보는 손실은 한해 3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명절 통행료 무료까지 더해지면 손실분은 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도공의 한해 통행료 수입(약 4조원)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또 다른 도공 간부는 "신규 고속도로 건설이 거의 끝난데다 기존 고속도로에 대한 통행료 폐지나 감면 요구가 나오고 있어 통행료 수입이 늘기는커녕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당초 국토부에서도 통행료 면제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문제점을 지적한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막대한 부채를 진 도공에 그 부담을 다 지우는 건 부적절하다"며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애초 열차, 버스 등 대중교통 승객은 제외하고 자가용 이용객에게만 혜택이 가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도 "한 두 번 더 시행해보고 그 득실을 따져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해봐야 할 것"이라며 "공기업 빚도 장기적으로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니만큼 도공에 주어지는 부담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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