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수사해놓고 "햄버거병 원인 못찾았다"

전효진 기자 2018. 2. 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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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한국맥도날드 불기소 처분 “패티와 病 인과관계 발견 못해” 법조계 “여론에 떠밀려 무리수”

덜 익은 고기 패티가 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이른바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수사 7개월만에 ‘맥도날드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아이가 먹은 햄버거 패티의 검체(檢體)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 병을 일으킨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박종근)는 13일 식품위생법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당한 한국맥도날드와 직원 등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작년 7월 한 피해자 가족이 한국 맥도날드 등을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2016년 9월 네 살짜리 아이가 덜 익은 맥도날드의 불고기 버거를 먹고 이른바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었다. 햄버거병은 1982년 미국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에서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 사이에서 집단 발병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병은 덜 익은 고기 등에 있는 O157(장출혈성 대장균) 세균에 감염돼 신장 기능이 마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피해자들도 신장 기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피해 아동이 먹었던 햄버거의 돼지고기 패티가 발병의 원인이 됐느냐를 놓고 수사에 착수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생물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까지 꾸려 논의했으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는 경로와 잠복기가 다양해 피해자들이 햄버거를 섭취한 직후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햄버거가 장출혈 대장균에 오염됐다고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한국맥도날드 수사 과정에서 햄버거 쇠고기 패티 제조업체인 A사가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를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A사 직원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16년 1월부터 같은해 6월 사이 O157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된 패티 6만3643kg(시가 5억원 상당)를 회수·폐기하지 않고, 같은해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생물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 216만923kg(시가 154억원 상당)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한국맥도날드가 A사의 범행에 가담했거나, 이를 묵인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A사에서 제조한 패티 중 감염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같은 일자에 제조된 햄버거 패티가 남아있지 않아 피해자들이 섭취한 돼지고기 패티의 병원성 미생물 오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섭취한 햄버거 패티가 설익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 역시 같은 이유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은 A사의 패티가 불량일 가능성을 한국맥도날드가 알고도 납품받아 햄버거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했으나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은 “A사가 한국맥도날드와의 상의 없이 단독으로 패티 안전성 검사 방법을 바꿨고, 한국맥도날드 담당자들이 가담 사실을 부인하는 등 관련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 수사 결과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무리한 수사를 벌인 전형적인 사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돼지고기 패티 문제를 수사하다가 성과가 없자 쇠고기 패티 업체의 납품 문제를 밝혀낸 것은 별건수사나 다름없지 않느냐”며 “여론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과를 내기위한 수사는 결국 무리한 수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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