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꽃' 장혁, 연기라는 사각의 링 위에서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정상에서 잘 내려가는 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하는 장혁이다. 하지만 그는 사각의 링 위에서 경기를 치르는 권투 선수처럼, 여전히 연기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 작품 치열한 태도로 연기에 '올인'하는 그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돈꽃'(극본 이명희·연출 김희원)은 재벌 가의 혼외자인 강필주가 평생에 걸쳐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사실은 돈에 먹혀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장혁은 극 중 강필주를 연기했다.
'돈꽃'은 극본과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진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으며 지난 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특히 마지막 회는 시청률을 24%까지 끌어올리며 최근 약세를 보이던 MBC 주말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러한 '돈꽃'의 인기 중심에는 장혁이 있었다. 장혁은 정제된 말투와 표정, 그러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담은 다채로운 눈빛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 결과 그는 드라마 '추노' '뷰티풀 마인드' 등 최근 몇 년 간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던 작품들을 단숨에 제칠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
정작 장혁은 '돈꽃'의 인기 요인을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에게 돌렸다. "제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이 있어도 소개가 되지 않아 손님이 찾지 않으면 영영 그 맛을 알 수 없듯, 내가 아무리 빛나는 연기를 했다 쳐도 모든 앙상블이 맞지 않았다면 소용없었을 일"이라며 겸손이다. 그는 "드라마는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다"라며 탄탄한 극본을 쓴 이명희 작가, 흡인력 있는 연출로 캐릭터들을 조명해 준 김희원 PD에게 감사를 전했다.
시청률과 인기를 다 잡으며 해피엔딩을 맞은 '돈꽃'이지만, 장혁은 출연을 결정할 당시 고민도 상당했다고 했다. 특히 주말드라마에 대한 주위의 우려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장혁은 "그럼에도 '즐겁게 망하자'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위험 부담을 저울질하며 망설이기에는 너무나 좋은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돈꽃'은 김희원 PD의 입봉작이기도 했어요.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PD님은 항상 '즐겁게 망하자'고 말씀하시면서 의연하게 촬영을 이끌어가시더라고요. 수장이 두려움 없이 현장을 지휘하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촬영을 즐기게 됐어요."
장혁은 "연출의 힘이 컸다"며 김희원 PD의 공을 추켜 세웠다. 특히 그의 지휘 하에 촬영 전 일주일에 두 번씩, 아침 8시에 전 배우들이 모여 대본 리딩을 한 일을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촬영에 임하기 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리허설을 펼치는 과정이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장혁 역시 매 주말 이어지던 리딩을 발판 삼아 한층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단다.
장혁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필주는 연기하기 까다로운 모순적인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때문에 강필주는 드라마 내내 그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극 중 강필주는 20년 가까이 적의를 숨긴 채 청아 가문의 심복으로 일하며 정말란의 신임을 얻고 마음속에 깊은 애증을 쌓는다. 더불어 정말란의 아들 장부천(장승조)과 첫사랑인 나모현(박세영)을 장부천과 정략결혼시키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편에는 사랑을 품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장혁은 평소 캐릭터를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물의 성격을 어떻게 묘사할지, 어떠한 감정을 녹여낼지를 고민한다고 했다. 그는 "강필주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증오심과 복수심, 그 와중에 아무 잘못이 없는 장부천과 나모현을 이용하며 느끼는 미안함과 나모현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부딪히며 모순이 생겼다"며 즐거움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꼈던 경험을 말했다.
장혁은 "새로운 인물을 연기할 때마다 빈 캔버스를 눈 앞에 둔 화가의 심정이 된다.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자신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일, 상대 배우와의 호흡에 신경을 쓰는 일, 감독과의 조율, 그 모든 것을 염두에 두면서 매 순간 연기에 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데뷔 22년 차가 된 지금까지도 전투적인 자세로 매 작품에 임한단다. 일례로 '돈꽃'에서는 43살 나이에 영하 17도 강추위에서 정장 한 벌만 입고도 덜덜 떨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 맞서며, 언 입을 녹여가며 연기를 하다보면 집에 가고 싶은 이유가 100가지 씩은 생겼다고 했다.
이렇게 힘든 순간들과 맞부딪히면서도, 장혁은 이 길을 "그저 견디며 터벅터벅 걸어간다"고 말했다. 자신은 여전히 현장에서 배우겠다는 의지가 넘치고 뜨거운 피가 끓는 '욕심 있는 배우'이며, 여전히 연기에 목이 마르다는 것이다. 매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갱신하는 그의 저력의 근간은 바로 이 열의였다.
"촬영 현장은 매번 권투 경기가 펼쳐지는 링이고 그 위에 선 저는 매번 '피 터지는' 심정으로 연기를 하고 있어요. 연기를 하다보면 '다음에 잘하자'는 말은 저절로 없어져요.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는 핑계도 없어지죠. 내일 없이 사는 프리랜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전투고, 오늘의 연기가 내일로 이어지니까요. 그래서 더욱 오늘에 충실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싸이더스HQ]
돈꽃|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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