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재완 "국정원 특활비 국회의원에 건넸다" 주장

박사라.정진우 입력 2018. 2.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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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지시로 김백준에게 2억 받아
의원 정치자금으로 건넸다" 주장
액수·명단 등은 진술하지 못해
檢 "일관성 부족..의도·진위 파악중"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상납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일부가 국회의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재완(63)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2008년 당시 받아온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수 명의 국회의원들에게 현금 1000만~2000만원씩 정치자금 명목으로 직접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기획관도 검찰 조사에서 ”특활비 2억원을 받아 박 전 수석에게 전달한 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돈이 국회의원들에게 건네졌는지를 포함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의 2012년 모습. 왼쪽은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5일 김 전 기획관에 대해 2008년 4~5월과 2010년 7~8월 각각 2억원씩 두 차례에 걸쳐 총 4억원의 특활비를 국정원으로부터 상납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활비 상납을 국정원에 직접 요구한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을 이를 도운 ‘공범’으로 명시했다.

이 4억원은 모두 현금으로 전달돼, 아직 정확한 용처는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실제로 김 전 기획관으로부터 2억원을 넘겨받아 이를 국회의원들에게 나눠준 게 맞는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다만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전 수석의 진술은 일관성·구체성이 상당 부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받은 국회의원 명단은 물론 정확히 몇 명에게 어떤 목적에서 돈을 건넸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어떤 의도로 이와 같은 진술을 했는지, 실제로 돈이 건네진 게 맞은 지 파악 중이다. 박 전 수석이 본인의 혐의를 덜기 위해 임기응변식으로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용처가 뇌물수수의 핵심 구성요건이 아닌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며 ”국회의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자금흐름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수석의 말만 듣고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 전선을 넓힐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도 이와 별도로 MB 청와대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과 관련한 수사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13일 오전에는 장다사로(61) 전 대통령 총무기획관에 대해 국정원 자금을 유용해 불법 여론조사를 벌인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정진우ㆍ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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