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뇌전증의 날'.. 약물·수술로 치료 가능한 뇌전증, 숨지말고 치료받으세요

이지현 입력 2018. 2. 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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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 기자 ]

2월12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세계뇌전증협회(IBE)와 세계뇌전증퇴치연맹(ILAE)은 뇌전증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2월 두째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정했다. 국내의 뇌전증 환자는 40만~50만명에 이른다. 뇌전증 진료 환자는 2015년 기준 13만7000여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 뇌전증의 원인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 뇌신경세포의 전기적 상태 질서 깨지는 질환

뇌신경세포는 컴퓨터 전기회로와 비슷하다. 일정한 전기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 때문에 전기적 상태에 질서가 깨지면 비정상적으로 흥분하게 된다.

이를 뇌전증 발작이라고 하고 이 같은 증상을 보이는 질환을 뇌전증이라고 부른다. 이전에는 간질이라고 불렀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뇌전증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뇌전증 환자를 정신병자, 귀신 들린 사람 등으로 낙인 찍기도 했다. 유전 성향이 강한 선천적 질환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뇌전증은 적절히 치료 받으면 고혈압, 당뇨처럼 정상 생활할 수 있는 질환이다.

뇌전증 환자의 3분의 2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뇌전증이다. 뇌질환, 사고로 인한 뇌손상 때문에 뇌전증이 생기기도 한다.

뇌전증 대표 증상은 발작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발작 증상을 보인다. 의식은 있으면서 몸 일부에만 증상이 생기는 부분발작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쪽 손이나 팔을 까딱거리거나 입꼬리가 당겨지는 운동발작, 얼굴과 팔다리 한쪽 감각에 문제가 생기는 감각발작 등이 흔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털이 곤두서거나 땀을 흘리는 자율신경발작, 갑자기 예전 기억이 떠오르거나 과거의 물건‧장소 등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정신발작 등도 있다. 의식 손상과 함께 갑자기 어딘가를 멍하니 쳐다보거나 입맛을 다시고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부분발작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많다.

증상이 몸 전체에 나타나는 전신발작도 호소한다. 발작 초기 갑자기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 청색증 근육수축 등으로 몸을 떠는 전신강직간대발작,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증세가 5~10초 정도 지속되는 소발작 등이다. 불규칙한 근수축으로 깜짝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간대성근경련발작, 근육의 긴장이 풀려 길을 걷다 갑자기 넘어지는 무긴장 발작 등도 전신발작이다.

◆진단하기 위해선 증상 살펴야

뇌전증 진단을 위해 중요한 것은 환자 증상을 계속 살펴보는 것이다. 뇌전증 발작은 대부분 돌발적으로 나타난다. 지속 시간은 5분을 넘지 않는다.

어지럼증 손발저림 등 전조증상이 있는지, 전조증상 후 발작 양상은 어떤지, 발작 후 임상증상은 무엇인지, 두통이 있는지 등의 정보가 중요하다.

이 같은 증상과 함께 갑작스런 발작이 24시간 간격을 두고 두번 이상 생기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최종 확인한다. 뇌전증을 진단할 때는 뇌파검사가 중요하지만 뇌전증파가 나오지 않는다고 뇌전증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발작 상태가 아니면 뇌파가 정상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뇌졸중이 있은 뒤 뇌전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약물로 치료한다. 뇌전증 환자 60~70%는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수술치료도 고려한다. 2년 간 두 가지 이상 약물을 충분히 투여해도 재발하면 약물저항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증상이 생긴 부분을 찾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약물치료가 듣는 환자를 제외한 30~40%라 해도 모두 수술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미주신경(감각 및 운동 신경)이나 대뇌 깊은 곳을 전기로 자극하는 치료를 한다. 수술은 뇌전증 발생 부위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측두엽뇌전증은 65~85% 정도 성공률을 보인다. 나머지 부분발작의 수술 성공률은 40~60% 정도다.

◆발작 있을 때 주변 사람의 초기 대처 중요

발작을 일으킬 때 가족, 동료 등 주변 사람의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발작이 생기면 온몸이 경직되고 갑자기 근육이 수축되는 경련이 나타난다.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히고 고개를 돌려준 뒤 넥타이나 벨트 등을 느슨하게 해줘 숨 쉬는데 문제 없도록 도와야 한다.

주변에 위험한 물건이 없도록 치우고 발작 상태를 잘 관찰해야 한다.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가 혀를 깨물어지지 않도록 입 안으로 손가락을 넣는 사람도 있는데 이 때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어 삼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119로 연락해야 한다.

뇌전증 환자는 생활 리듬이 일정치 않거나 피로감이 크면 발작 위험이 높아진다. 수면 부족과 알코올 섭취는 대표적인 위험요인이다. 6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한다.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편견 때문에 환자인데도 증상을 숨기며 살아가는 환자가 많다. 조성래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 과장은 "증상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면서 스트레스가 계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다수의 뇌전증 환자가 약물치료나 수술을 통해 발작을 조절하며 일상을 무사히 보내고 있다"며 "뇌전증에 대한 편견이 해소돼 숨어 지내는 많은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받아 삶의 질이 향상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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