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J 3남 김홍걸 "대북 특사 이낙연 총리 정도 돼야 할 것"
김 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여동생을 특사로 보냈기 때문에 한국도 최고 실세로 ‘급’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장은 “내각 수반이라는 상징성이 큰 총리 정도는 돼야 상호 격식이 맞지 않겠느냐”며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전망은 북한의 문 대통령 방북 요청으로 대북 특사 파견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 속에서 나온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김여정이 김정은 친서를 갖고 올 경우 우리가 특사를 보내 친서에 대한 입장을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 “대북 특사 보낸다면 3월 내 일찍 보내는 게 좋을 것”
김 의장은 대북 특사 파견 시점과 관련해선 “가급적 3월 내로 일찍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마련된 남북 대화 모멘텀이 약화되기 전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면서다. 북한이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은 평창 올림픽 이후인 3월 25일까지 일단 연기된 상황이다.
김 의장은 “미국의 대북 강경 일변도 기조 속에서 원칙적으로 남북 접촉이 신중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호기에 성과를 못 내면 국면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를 내야 하는 딜레마 속에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대북 특사론은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기 위한 목적에서 제기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한반도 주변 정세를 봐가며 적절한 시점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 “워커힐 오찬 때 김여정이 이희호 여사 안부 물어”
━ 비핵화 전제 대화론에 “논에 모심기 단계…쌀밥 벌써 찾아서야”
김 의장은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은 이적행위”라는 자유한국당 등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제 막 논에 모심기를 했는데 쌀밥이 못 나오면 올해 농사 망치는 것이라고 험담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는 대화의 ‘목표’가 돼야지 ‘전제’로 삼는다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은 따로 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9일 평창 리셉션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과 대면도 않고 자리를 뜬 일도 미국의 불편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펜스 부통령의 ‘외면’과 관련해 김 의장은 “미국의 국격과 수준을 떨어뜨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상대 편을 그런 식으로 외면한 건 최근 몇 십년 내 미국 외교사에서 전례가 없었던 유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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