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평창 르포] 노로바이러스 '양성'이라는데 치료·격리 없이 '방치'된 직원들

입력 2018.02.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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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격리 인력들 ‘치료’없이 사실상 방치
-급여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어 불안 떨어
-원인규명 안됐지만…“수도관 공사가 문제” 의혹제기

[헤럴드경제(평창)=김성우 기자] “너 지금 어디가니? 일 안 할 거야? 빨리 가야지~ 알펜시아로~”

2층 회색빛 철문에는 가로로 인쇄된 A4용지에 해당 문구가 써져 있다. 벽마다 붙은 A4용지에는 “아 쫌~! 나가지 말라고!~”, “그만하자~ 여기서 끝내자~”라는 문구가 추가로 적혀있다.

지난 10일 평창올림픽 유급인력들이 머무르고 있는 평창군 소재 호랩오대산청소년수련관을 찾았다. 그 안에는 50여명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보안인력이 ‘방치’돼 있다. 이들은 노로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여기에 머무르고 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측은 양성 판정자들을 이곳 수련관에 격리시켰다. 보안을 담당하는 유니에스 소속과 평창올림픽 스토어를 담당하는 맨파워 소속 직원들이다. 

유급인력들이 격리돼 있는 평창호랩청소년 수련관 모습.


숙소 벽면에 붙어 있는 A4 용지들.

5일 확진 판정 후 닷새가 지난 시점, 기자가 찾은 숙소 내의 사람들은 “별다른 치료나 간호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건물에서는 격리된 인력과 건물 관리자 일부만이 보였을 뿐, 조직위 측 관계자나 의료인력이 보이지 않았다.

각 방 안에는 과자통과 물 페트병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인력들은 임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 국가적인 행사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평창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멍하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매일 진행되는 노로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인원들은 이곳을 빠져나가지만, 5일부터 지금까지 머무르는 인원도 상당수다.

벽마다 붙은 A4용지 탓에 숙소 분위기는 스산하게 다가왔다.

기자가 숙소에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있던 격리자 A씨가 일어났다. 서울에서 왔다는 A씨는 최근 있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이곳에 격리됐다. A씨는 “뭐라도 얘기를 해줘야 믿고 기다릴텐데, 두루뭉술하게 ‘이틀정도 기다리면 괜찮을 것’이라고만 할 뿐 별다른 언급이 없다”면서 “격리 기간을 유급으로 쳐준다고 했지만, 추가근무 없이 8시간씩 근무한 것으로 계산이 돼 급여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가 보여준 문자에는 ‘환자들과 관련해서 공문을 넣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결과가 늦어지고 있다’, ‘(급여는) 조직위에 건의해 법무팀이랑 상의 후 연락준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포함돼 있었다.

같은 병동에 머무르는 B 씨는 “조직위 측에서는 하루에 한두번 찾아와 물과 음식을 넣어주고 돌아갈 뿐”이라며 “‘걱정하지 말라’며 문자를 보내는데 나타나지 않는 이들에게 신뢰는 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현재 방치된 인력들이 가장 불만인 것은 급여였다. 현재 조직위 측이 별다른 입장을 주지 않아서, 격리된 기간 급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유급인력들 사이에서 퍼져 있었다.

경남에서 왔다는 대학생 근무자 C 씨는 “아프면 치료라도, 아프지 않다면 내보내주기라도 해야 하는데 양성 판정이 났다는 이유로 격리된 상태”라면서 “일을 하면 하루 13만~14만원을 버는데 격리된 상태에서는 6만원을 받는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생에 한번 있을지 모를 동계올림픽에 힘을 보태고, 등록금도 벌기 위해 유급인력에 지원했다. 다음 학기 쓸 용돈을 스스로 벌어야 하기 때문에 급여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그는 “집에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지금 가면 지금까지 일한 급여를 안줄까봐 걱정”이라며 “서울에서 교육받느라 3일간 찜질방 생활도 했다. 지금 집에 가봐야 돈을 벌 수 없으니, 고생한만큼 조금 더 버티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격리돼 있는 유급인력들의 모습. 기사 속 A~C와는 무관한 인물들.

현재 질병과 관련한 원인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질본 측은 “산발적으로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도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이곳 청소년 수련관에서 진행된 수도공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랩 수련관을 숙소로 잡는 과정에서 급하게 수도공사를 진행했고 그 이후 수련관 수도에서 물 냄새가 너무 심해 역할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이 수도관을 타고 올라온 물이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식당에서 식사를 한 봉사자들이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공사가 진행된 이후 보안인력을 시작으로 이곳에 근무자들이 입소하기 시작했고, 지난 5일 첫 노로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 조직위 측은 이들을 수련관 안에 위치한 캐러밴에 격리시켰지만 추가 감염자가 나왔다. 

유급인력들이 사용하던 식당 모습.


유급인력 최초확진자들이 격리됐던 캐러밴.

보건당국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관련 노로바이러스 확진자는 현재 총 177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90여명이 호랩 수련관 이용 인원이다. 현재 추가적인 노로바이러스 확진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평창 조직위 인력이 머무르는 관동대 기숙사에서도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숙소 통제가 진행됐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