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못믿겠다".. 정부가 직접 강남 재건축 부담금 재심사

장상진 기자 2018. 2.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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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의 관리처분 인가 받았더라도 신청서 문제 있으면 부과]
- 13개 단지 1만8000가구 대상
서울시의 행정 감사 통해 대리서명·총회 정족수 미달 등 서류 결정적 하자 찾아내기로

"집주인도 매수자도 모두가 불안해해요. 재건축 부담금 맞으면 수억원을 낼 수도 있거든요."

서울 서초구 A단지를 전문으로 하는 J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논란 때문에 시세보다 싼 매물이 나와도 선뜻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작년 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 '간발의 차이'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피했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이미 관리처분을 신청한 재건축 단지를 압박하면서 주민 사이에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 아파트 단지에 대해 최초 신청 서류가 불완전했던 것으로 드러나면 '후속 보완·인가 여부와 무관하게'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개별 구청이 지난해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한 단지에 인가 절차를 마무리하면, 일괄적으로 행정 감사를 진행해 관련 서류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권에서 총 13개 단지 1만8000가구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여부를 놓고 정부·서울시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해당 구청이 주민 민원을 의식해 미비한 신청서를 보완시킨 뒤 관리처분 인가를 내주려는 움직임에 국토부가 제동을 걸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 인가 후에도 부담금 가능' 결론 지금까지 재건축 시장의 관심은 온통 '구청 인가냐 반려냐'에만 쏠렸다. 국토부가 올 초 강남권 구청 재건축 담당자들을 불러 "서류를 엄중히 심사하고 (보완하는 대신) 반려할 것은 반려해 부담금을 물리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서초구 A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신청서가 좀 부실하더라도, 구청이 되돌려보내지 않고 보완을 거친 뒤 인가를 내주면 부담금 문제는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관련법엔 '2017년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신청하면 부담금을 면제한다'는 특례조항이 있다. 국토부는 최근 외부 전문가와 함께 재건축 부담금 특례조항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했고, '구청의 인가 여부와 상관없이 재건축 부담금을 물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토 작업에 참여한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특례조항에서 부담금을 면제받기 위한 조건은 '인가'가 아니라 '신청'이며, 당연히 '적법한 신청'이어야 한다"며 "2017년 말 시점으로 관리처분 신청에 하자(瑕疵)가 있었다면, 나중에 보완을 거쳐 구청 인가를 받더라도 부담금 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참석자 대부분의 견해였다"고 전했다.

◇'벼락치기' 관리처분 신청한 단지 정조준 최초 관리처분 신청서의 하자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서울시의 행정 감사권을 활용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산하 구청 업무에 대한 행정 감사 권한이 있어 이를 통해 조합이 처음에 낸 신청서 원본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일 국토부와 서울시가 집값 관련 고위급 양자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재건축 사업은 법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은 철저히 환수한다'고 합의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손병석 국토부 1차관과 김준기 행정부 제2행정부시장을 공동단장으로 하는 '핵심정책협의 TF 회의'를 가동 중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부실 신청 기준'을 묻는 본지 질문에 "사소한 오기(誤記)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으로 부담금을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주민 공람 기간 위반이나 총회 의결 정족수 미달, 각종 동의서 서명 위조, 대리 서명 등은 '결정적 하자'로 볼 것"이라고 했다. 이 중 대리 서명 등은 실제 재건축 현장에서는 편의상 빈번하게 이뤄지는 행위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재건축 전문 컨설턴트는 "통상적으로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 신청이 보완 없이 곧바로 심사를 통과하는 경우가 열에 하나 정도"라며 "특히 작년 말 데드라인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신청서를 낸 단지 중 상당수가 부담금을 물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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