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김여정 4차례 '스킨십 외교'.. 민감 이슈 피하고 시종 '덕담'

유태영 입력 2018. 2. 11. 21:44 수정 2018. 2. 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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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표단 2시간 50분간 靑 방문 / 文, "남북평화·공동번영 위해" 건배 / 金 "文, 통일 새 장 여는 주역되길" / 임종석 "낙지·오징어 말 정반대" / 金 "남북이 그것부터 통일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 차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10일 청와대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양측은 북한 핵 문제나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민감한 사안에 관한 언급을 피한 채 민족적 동질성을 찾을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이어갔다.

건배하는 남북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 김여정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오른쪽)과 웃으며 건배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당 제1부부장)은 9일 개회식 참석에 이어 10일 청와대 오찬 회동과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 관람, 11일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 관람을 통해 문 대통령과 모두 네 차례 회동했다. 그는 이낙연 국무총리, 조명균 통일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별도 오·만찬을 갖는 등 2박3일 동안 남측 최고위급 인사들과 활발하게 접촉·소통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 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북측 대표단은 접견 시간 1분 전인 10일 오전 10시59분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청와대에 도착했다. 대표단이 본관에 들어서자 문 대통령은 “(어제) 추운 날씨에 밤늦게까지 고생 많으셨다”며 환영했다. 김 부부장은 “대통령께서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괜찮았다”고 화답했다.

10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당 제1부부장)이 각각 통일을 기원하며 적은 방명록.
청와대사진기자단
인사를 마친 김 상임위원장과 김 부부장은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씨체로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김 부부장은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 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양측은 2층 접견실에 마주 앉아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남측에서는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임 실장, 조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5명이 테이블에 앉았다. 문 대통령이 김 부부장과 김 상임위원장을 좌우로 마주 보는 구도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북한 대표단과 우호적 분위기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 전반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1시간20분가량 이어진 접견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하여”라는 문 대통령의 건배사로 시작된 오찬은 한결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김 부부장은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으로부터 2월4일이 김 상임위원장의 생일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래오래 사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임 실장이 “남북한 언어가 억양이나 말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고 하자 김 부부장이 “그것부터 통일해야겠다”고 맞받아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총 2시간50분간의 청와대 방문을 마친 김 부부장 일행은 강릉으로 이동해 조 장관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그는 서울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서울은) 처음이다. (그런데) 낯설지가 않다”며 친근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 간의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1차전 경기를 문 대통령과 함께 관람하며 단일팀 선수들을 응원했다.

11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 총리와의 오찬에서는 김 상임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과 포옹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김 상임위원장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에게 “통일이 되기 전 평양에서 발레 공연을 해 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경평 축구의 부활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남북 정상이 만날) 좋은 여건이 빨리 조성되도록 남북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다”고 강조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임 실장 주최 환송 만찬 참석과 삼지연악단 공연 관람을 끝으로 방남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어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김정은 전용기 ‘참매 2호’편을 타고 북으로 돌아갔다.

유태영·김예진·홍주형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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