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외교&남북대화]⑦美·日 "비핵화 없는 회담 반대"..中 "文, 입장 확실히 해야&quot..

방성훈 2018. 2. 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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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비핵화 없는 남북 정상회담 반대"..경계감 드러내
中 "北초청 긍정적"..쌍중단 강조하며 文에 확실한 태도 촉구
10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케이트 경기를 관람 중인 마이크 펜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데 대해 미국과 일본은 “비핵화 없는 남북 정상회담은 한계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계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문 대통령의 방북 초청 소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 해법을 재차 강조하며 문 대통령이 강경 노선을 취할지 평화 노선을 추구할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과 일본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반면, 중국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美·日 “비핵화 없는 남북 정상회담 반대” 한목소리

미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찾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행동과 언사에서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고, 위기 의식을 느껴 국면 돌파용 카드를 꺼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여기엔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과 CNN, NBC뉴스 등 주요 외신들은 지난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소개하며 “10여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미국 주도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대북정책에 있어 문 대통령에게 외교적 해법을 위한 여지를 넓혀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안드레이 아브라미언 연구원은 “북한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경제제재에 따른 효과로 보인다”며 “북한은 (한국과) 정상회담 등 진지한 대화를 가지려면 문 대통령이 미국에 비핵화 카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초청에 대해 “이례적”이라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기대감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대한의 압박’을 위해 공조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간 동맹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개최 등을 위해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하며,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회담 성사 가능성 및 남북관계 개선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북한이 한국 정부를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하게 했다”면서 “대북 대응에 있어 미국과 의견 차이가 커지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또는 거부하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대화를 중시하는 한국 정부와 강경책을 고수하는 미국 정부 간 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펜스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 리셉션 행사에서 5분 만에 행사장을 떠나가는 등 북한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 북미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진했던 한국 정부에 반감을 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평양 초청’ 카드가 한미 동맹을 이간질시키려는 북한의 전략이라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셈이다. CNN은 “북한이 겉으론 대화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조용히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른다”고 경계하며 ‘폭풍 전 고요’에 비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멀어진 이웃 간의 관계를 급속도로 데워주는 징후”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겐 실망감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을 “김대중 및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굳게 믿었던 ‘햇볕정책’의 정치적 후계자”라고 소개하는 한편, 그가 평창 올림픽을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는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P 역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북한을 ‘잔혹한 독재정권’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을 다루는 방법에 있어 한미 정부 간 괴리가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에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전날 “과거 일본도 한국도 북한의 융화적인 정책에 편승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했다”며 “한국도 그에 대한 반성을 충분히 인식해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한 간부는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구체적인 행동을 일절 표시하지 않는데도 문 대통령이 방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교도통신 역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는 의사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북 경제제재가 겨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제재를 완화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고 전했다.

◇中 “北초청 긍정적…文, 확실한 입장 취해야”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 평양 초청 소식을 보도하며, 이는 북한이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핵·미사일 개발 활동 중단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일과는 달리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환구시보는 한반도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면서,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해 쌍중단 등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든지, 미국과 공조해 더욱 대립각을 세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다만 이유를 불문하고 비핵화는 한반도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매체는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만이 대화를 향한 전제 조건이라고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문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해 한 발 양보토록 하거나 한미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변학자 역시 문 대통령에 대한 방북 초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국 정부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지융 푸단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영자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은) 중요한 신호다. 최근 2년 간 한반도 긴장 지속으로 관련 국가들이 전쟁 발발 요소를 제거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지난 수개월 간의 상호작용이 효과를 냈고, 한반도 중재가 결국 긍정적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올림픽이 끝난 뒤 미국은 한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싶어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을 줄이길 원한다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엿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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