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측, "한국의 만남 주선, 미국과 북한 공히 거절한 것"

김현기 2018. 2. 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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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결례' 주장을 강하게 반박, 만남 불발은 "상호적인 것"
"다른 데 갈 수 있었지만 한미일 동맹 (뒷자리) 북한에 보여주려 앉아있었다"
"김영남이 먼저 인사 걸었으면 나이스하게 대응했을 것"
문 대통령의 만남 권유 여부 질문엔 "무엇을 노리는지 알 수 없다" 불만 표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남북 단일팀 선수 입장에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 뒤는 손 흔드는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미국 백악관 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9일 개막식 전 리셉션에서의 행동이 '외교결례'라는 일부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 "9일 밤(한국시간) 행사들에서 북한 대표단과 교류(인사)를 나누지 않은 것은 상호적(mutual)인 것이었다"며 "(미국과 북한) 양측 모두 한국 고위 관계자(문재인 대통령)가 펜스 부통령과 북한 대표를 위해 만남을 주선하려 했던 것을 거절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만 굳이 만남을 거부한 게 아니라 북한 측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공히 거부했다는 것이다. '미국 쪽만 만남을 거부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는 한편 북미 간 만남을 주선하려 했던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도 내비친 것이다.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남북 단일팀 입장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으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내외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앉아 있다.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은 또 펜스 부통령을 수행 중인 미 기자들과의 비공식 간담에서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 당시 문 대통령 등과 앉았던 박스 좌석에 북한 대표단(김영남, 김여정)이 가까이 앉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펜스 부통령은 언제든지 자리에서 일어나 (미 대표단 측 좌석이 있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 앉을 수 있었으나 그렇게 될 경우 북한이 (한·미·일이 아닌) 한국과 일본 대표(아베 총리)가 앉아 있는 걸 보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그들 앞(자리)에 (한미일) 동맹이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보여줌으로써 무언의 통합 메시지, 동맹이 강력하다는 걸 전하기 위해 그곳(박스 좌석)에 머물 것을 선택한 것"이라며 "펜스는 그곳에서 (끝까지) 모든 시간을 머물렀다"고 덧붙였다. 명확하게 표현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김정남, 김여정이 귀빈석에 함께 앉게 된 것을 안 뒤 별도의 좌석에 앉으며 동석을 피하는 방안도 검토됐던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또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 대표들이 펜스 부통령에게 따뜻하게 접근했다면 펜스는 사교적 인사를 나누며 나이스(nice)하게 대응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를 먼저 건네지 않은 건 미국 뿐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였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그날 있던 행사는 펜스 부통령과 평양 사이에 진지한 대화를 하기에는 잘못된(wrong), 사교적 인사를 나눠야만 하는 시간과 장소였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 방한을 앞두고 "북한 대표를 만난다면 (북핵 문제와 관련) 강하고 터프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 말해왔다. 펜스 부통령 측근은 "스피드 스케이팅을 하는 와중에 지정학을 논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는 말로 올림픽 개막식 행사장에서 북한 측과 진지한 대화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란 점을 강조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또 "펜스 부통령은 리셉션에 일부러 늦은 것도 아니다"며 "테이블을 돌며 김영남 위원장만 빼고 모두 인사를 나눴다는 보도가 있는데 김영남 위원장과 인사를 하지 않은 건 맞지만 그냥 지나친 게 아니라 펜스 부통령에게 인사를 건낸 인사들과 다른 곳에 앉아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막식에서 남북 단일팀 입장 시 일어서거나 박수를 치지 않은 점에 대해선 "펜스 부통령은 그가 응원하는 미국을 위해 환호했고 그 팀이 그가 올림픽에서 응원하는 팀"이라며 "그의 관심은 미국에 쏠려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대표단의 단장인 만큼 미국 선수단에 응원을 보내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줄 왼쪽)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펜스를 수행하는 측근들은 지난 2일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펜스 부통령이 북한 대표단과 만나도록 해달라"고 권유했다는 보도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지난 8일 문재인-펜스 청와대 회담 등에서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에게 북한 대표와 만나기를 권유했느냐는 질문에는 "난 문 대통령이 무엇을 노리는지 알 수 없다(I don't know what Moon's been angling for)"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선 북미 만남을 의도적으로 주선하려 한 데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이 리셉션장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걸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단체 사진을 찍는다는 건 알지 못했으며 문 대통령-아베 총리-펜스 부통령의 셋이서 사진을 찍는다는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펜스는 리셉션에서의 짧은 5분, 개막식에서 김여정 등 북한 대표단과의 동석이란 불편한 두 단계(uncomfortable two-step)를 겪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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