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佛 "50조원 투입" 러 "소형 핵 개발".. 전세계 '핵증강 도미노'

정시행 기자 2018. 2.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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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 후 30년 군축 끝나]
美, 핵탄두 증강에 1300조원 투입 "어제의 무기로 내일의 전쟁 못이겨"
中, 우주서 ICBM 요격 실험 성공.. 北核, 남미 뺀 전세계 타격 가능
인도·이스라엘보다 타격범위 넓어

세계 군사 대국들의 핵 무장과 군사력 증강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와 중국이 경제·군사 영토 확장 의지를 노골화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핵 보유국들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은 소련 붕괴 후 30여 년간의 '평화·군축' 기조를 전면 폐기하고 핵 재무장을 공식화했다.

프랑스 국방부는 8일(현지 시각) "향후 7년간 국방 예산을 3000억유로(약 400조원)로 늘리고, 이 중 370억유로(50조원)를 핵무기 현대화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핵 없는 독일이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인 영국·프랑스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기 위한 내부 법률 검토를 마친 가운데 프랑스가 먼저 나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조용했던 유럽에 '핵 이슈'가 다시 돌아온 것은 최근 러시아의 공격적 군사 활동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크림반도와 폴란드, 벨라루스 등에서 나토를 겨냥한 대규모 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발트해 연안 3국을 사이에 둔 자국 영토 칼리닌그라드에 최신형 핵탄두 탑재용 이스칸데르 미사일도 배치했다. 사거리 400㎞로 '독일 베를린이 타격권'이라는 소식에 유럽이 경악했다. 러시아는 핵기뢰,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저강도 소형 핵무기도 2000기 정도 개발·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핵 후발 주자인 중국은 핵탄두 생산량 증가세가 세계 최고로, 이미 보유량에선 영국을 제쳤다. 중국은 지난 6일에도 우주상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실험을 실시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나흘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중국을 최대 위협 요소로 설정하고 핵 공격 준비를 강조한 '핵 태세 보고서'에 자극받은 측면이 크다.

세계 최대 핵강국 미국은 지난해부터 면밀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향후 30년간 핵탄두 증강과 현대화에 1조2000억달러 투입' 방안을 발표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1993년 이후 25년간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은 미 에너지부엔 '필요 시 언제든 핵실험을 실시한다'는 지침이 지난해 말 내려졌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6일 의회에서 "미국은 (오바마 정부) 8년간 핵 활동이 없었던 반면 러시아와 중국, 북한은 핵무기와 전달 체계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면서 "어제의 무기와 장비로 내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소련 붕괴 후 국가 간 대규모 전쟁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러시아와 군축 협약을 지켜왔고, 2000년대 들어선 재래식 무기로 싸우는 중동의 테러 세력을 억제하는 데 집중했다. 30년 가까이 '핵'과 사실상 멀어진 것이다. 그러나 군축론자에 가까웠던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새 정부 수뇌부가 1년여 검토한 끝에 '전면적인 핵 재무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 동맹들의 대응력을 계속 시험하고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의 해저 케이블을 노린 러시아 잠수함의 활동은 냉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사할린 섬과 쿠릴열도 등 일본을 겨냥한 군사훈련도 잦아졌다. 미 본토 공격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는 히로시마 원폭의 2000배 위력으로, 미국 1개 주를 초토화할 수 있는 신형 RS-28 사르마트 ICBM을 2020년 태평양을 향해 실전 배치한다.

국지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거대 인공섬을 만들어 병력을 배치하며 군사 기지화하자 미국은 아시아 동맹을 지키기 위한 '항행의 자유'를 내걸어 필리핀 내 미군 기지를 추가 확보하고 괌 인근에서 공습 훈련을 실시했다. 내전을 겪고 있는 중동의 시리아와 예멘에선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강대국 간 '힘의 균형'을 깰 수 있는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북핵이다. 북한은 미사일 능력도 급격하게 늘려왔다. 현재 지구상 모든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단 5개국뿐이다. 나머지 국가 중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최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북한이 남미 지역을 제외하고 지구상 모든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와 이스라엘보다 미사일 타격 범위가 넓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코피(bloody nose) 전략'을 러시아와 중국에 '본때'를 보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북한의 도발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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