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의대 가려고.. 부다페스트 가는 한국 아이들

김은중 기자 2018. 2.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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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의대로 눈돌려
한국보다 입시 문턱 낮고 국내서 의사 면허 취득
응시생, 2015년 26명서 작년 110명으로 늘어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헝가리 국립의대 입학시험. 한국 학생 100여 명이 몰렸다. 헝가리 국립대 의대들은 미국, 한국 등 외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별도의 입학 전형을 진 행한다. / 헝가리 의대 한국대표사무소

대학 입시에서 의대는 자연계와 이공계 상위 1%에만 열려 있는 '좁은 문'이다. 최근 '대치동 학생들'에겐 헝가리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헝가리 의대가 우리나라 의대보다 입시 문턱이 낮다는 소문이 났고, 졸업 후 국내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우회 경로'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모(19)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고교를 자퇴했다. 그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했지만 내신과 수능 성적이 많이 부족했다"고 했다.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학원에서 헝가리 의대 입학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헝가리 의대는 외국인을 위해 마련된 입학시험 점수만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 매년 4~5월 치르는 입학시험 과목은 영어, 화학, 생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가 어렵지 않아 한국 수능에서 2~3등급을 받는 학생이면 무난하게 풀 수 있다고 한다.

최씨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원에서 강행군 중이다. 같이 수업을 듣는 이들은 일반고와 특목고를 자퇴한 학생들과 미국 등지에서 중도 귀국한 유학생들이 대부분.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 "의대 진학의 꿈을 이루겠다"며 학원가에 발을 들인 이들도 있다. 이런 학원이 대치동에 10여 곳이다. 대부분 6개월~1년 코스를 운영하고, 수강료로 월평균 200만원을 받는다. 헝가리 의대를 직접 방문해 교육과정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헝가리에서 의대 6년 과정을 마치면 한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인기가 더 높아지는 추세다. 헝가리 의대 한국대표사무소에 따르면 헝가리 내 국립대 의대 3곳의 입학시험에 응시한 한국인 숫자는 2015년 26명에서 지난해 110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2014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헝가리 의대 3곳을 졸업한 한국 학생들도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헝가리 의대 졸업생 출신 11명이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국시원은 미국(13곳), 독일·영국(12곳) 등 26개국 내 96개 의과대학을 '인정 의대'로 지정해 이곳 졸업생들도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헝가리 의대의 학비는 연간 2만달러 정도. 영미권 메디컬 스쿨에 비해 최대 5분의 1까지 저렴한 편이다.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50%가 넘어 영어 전용 학사 과정도 갖추고 있다. 학위가 유럽연합(EU) 국가 대부분에서 인정받기 때문에 활동 범위가 넓다는 것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한국 학생들이 몰리면서 데브레첸대 의대 등 일부 학교는 교내에 한국 식당과 한국인 전용 기숙사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유학은 독(毒)이라는 지적도 있다. 입학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저 의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헝가리로 떠났다가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헝가리 페치대 의대를 졸업한 이모(34)씨는 "헝가리 의대에 입학한 우리나라 학생 중 30%는 유급을 하거나 현지 적응에 실패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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