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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철수위기]① 문 닫은 군산공장.."GM 떠나면 다 죽어요" 벼랑 끝 몰린 군산경제

군산=진상훈 기자 입력 2018.02.10. 01:00 수정 2018.02.11. 12:55

지난 8일 오후 3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가끔 정문 한 쪽을 통과하는 몇 대의 차량들이 아니었다면 인적이 끊긴 곳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지난해 가을 정문 주변과 건물 외벽 이곳저곳에 내걸렸던 노조의 투쟁결의 현수막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문이 굳게 닫힌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군산공장은 8일부터 가동중단에 들어갔다./진상훈 기자

근처를 지나던 군산공장 근로자 이모씨는 “오늘(8일)부터 자동차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면서 “직원들은 오전에 잠시 나와 자재와 부품정리 작업만 하고 일찍 퇴근했다"고 말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생산차량인 크루즈(소형세단)와 올란도(미니밴)의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일감이 사라졌다. 한국GM은 일단 8일부터 2월 말까지 군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3월에 공장 가동이 재개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군산공장도 100% 가동률을 유지하며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2011년 군산공장의 생산대수는 26만8000대, 생산액은 5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3년 GM이 유럽에서 쉐보레 차량 판매를 전면 중단하면서 군산공장의 시련이 시작됐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차량 중 상당수가 유럽에 수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4년 군산공장의 생산대수는 8만4000대로 급감했고, 2016년엔 3만4000대로 해마다 줄었다. 1일 2교대로 가동하던 생산라인도 2015년부터는 주간에만 가동(주간 1교대)하게 됐고, 지난해부터는 한달에 겨우 7~8일 정도만 가동해왔다. 올 1월에는 5일만 차량을 생산했다. 한때 3671명에 달했던 근로자 수도 2200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생산직 근로자 박모씨는 “야근과 특근수당이 끊기면서 월 수입이 3년전에 비해 30~40% 줄었다”면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 중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 공장으로 떠난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주변에 위치한 협력업체 전경. 사람과 부품 등은 구경하기 어려웠고 건물 한 켠에는 폐자재들만 쌓여있었다. 이 곳은 지난해부터 한 달에 채 5일도 가동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진상훈 기자 .

자동차 부품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군산공장 주변에 위치한 10여개 협력회사도 대부분 정문이 닫혀있었고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담 너머로 보이는 공장 한 켠에는 공급이 중단된 각종 부품과 자재를 담은 상자들만 곳곳에 쌓여있었다.

협력업체 한 곳에서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온 이모씨(41)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군산공장에 차체 관련 부품과 페달 등을 납품하는 협력사의 간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최근 3년째 직원들에게 성과급은 커녕 임금도 제때 주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부품 납품이 사실상 끊긴 상태”라며 “옛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0년대 중반부터 운영돼 온 회사인데, 이제 문을 닫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곳곳에 빈 점포, 발길 끊긴 대표 상권… 부동산 시장도 ‘붕괴 위기’

군산공장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소룡동의 상가 지역으로 나가봤다. 이 곳은 군산공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한국GM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식사와 회식을 위해 자주 찾았던 곳이다. 그러나 대표적 상권이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골목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군산공장 주변의 대표적 상권인 소룡동 거리는 저녁시간에도 길거리를 걷는 사람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을씨년스럽기만 했다./진상훈 기자

1층 대로변 상가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곳곳에 ‘임대’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신축 상가들도 대부분 비어있었다. 대로변 한 곳에 위치한 제법 큰 규모의 마트에도 불과 6명의 손님만 눈에 띄었다.

오후 7시가 되자 소룡동 먹자골목의 상점 곳곳에도 불이 켜졌다. 그러나 여전히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갈빗집과 횟집, 선술집 등 10여곳을 돌아봤지만 대부분 점포는 손님이 없어 썰렁했다. 심지어 한창 손님을 맞을 저녁시간에 불을 켜지 않은 상점들도 많았다.

군산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으로 꼽히는 수송동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군산의 대표적인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 몇 곳을 찾았지만 대부분은 테이블을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GM이 철수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군산공장은 정말 문을 닫는 건가요? 그러면 군산 사람들은 다 죽어요. 이제 와서 다시 농사 지어 먹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송동에서 꽤 큰 규모의 돼지갈비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45)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는 “점심은 물론 저녁 시간에도 테이블이 채 20%도 차지 않는다”며 “폐업을 하려고 해도 임대 보증금조차 받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 7시가 넘어도 곳곳에 문을 닫은 상점들이 즐비했다./진상훈 기자

상권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상황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송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강채민 공인중개사는 “최근 몇 년간 가동률이 떨어지고 군산공장 폐쇄설까지 나오면서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집을 내놓고 있지만,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군산공장과 인근 130여곳의 부품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수는 1만2000여명이다.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약 5만명에 이른다. 군산시 인구가 26만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한국GM 군산공장과 직접 관련있는 셈이다. 여기에 군산공장과 협력업체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구까지 고려하면 군산시 경제에서 한국GM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강채민 공인중개사는 “만약 GM이 철수하거나 군산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상권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도 붕괴될 것”이라며 “이미 주변 곳곳에 폐업을 한 부동산이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군산 시민들 “대통령 눈에는 북한만 보이나” “강성노조도 문제"

최근 GM의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이 재점화하면서 군산 지역 민심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근과 주말 수당이 사라진 직원들이 소비를 멈추면서 군산 상권과 부동산 시장은 벼랑 끝에 몰렸고, 취업이 어려워진 청년층의 근심도 커져가고 있었다.

군산공장 주변에는 1층 대로변 상가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임대’만 붙어있는 곳이 많았다./진상훈 기자

최근 잇따른 GM의 철수설과 구조조정 움직임에 군산시도 비상이 걸렸다. 문용묵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옛 대우차 시절부터 향토기업이나 다름없는 군산공장을 살리기 위해 쉐보레 차량 구매 캠페인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최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만나 군산공장을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방안을 찾겠다’는 수준의 원론적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노조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지역 주민들도 많았다. 수송동에 거주하는 이모씨(40)는 “한창 위기설이 퍼지고 사장(제임스 김 한국GM 전임 사장)까지 교체됐지만, 정작 노조는 파업을 운운하며 회사를 압박했다”면서 “해가 갈수록 차는 안 팔리고 회사 빚은 쌓이는데 노조가 자기 생각만 하니 미국 본사에서 한국을 떠나겠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 경제 위기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 송모씨(60)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북한과 평창에만 신경을 썼지, 군산이나 전북지역 경제가 얼마나 무너지고 있는 지 관심 한번 보인 적이 있느냐”면서 “정부 관료나 국회의원들 중 누구 하나 한국GM의 철수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호남 출신 인재들이 청와대에 입성하고 정부 요직을 맡으면 뭘 하냐”며 “경제에 무관심한 정부와 정치권이 한국GM과 군산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호소했다.

택시에서 내린 수송동 골목에는 군산 출신으로 최근 청와대에 입성한 인물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이 공허하게 나부끼고 있었다.

▲8일 한국GM 군산공장 주변 협력업체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고 이따금 지나다니는 차량만 눈에 띄었다./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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