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이주의 법안-전과공개 제한법

조현욱 보좌관(금태섭 의원실), 우경희, 김태은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8. 2. 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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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전과자 천만시대, 죄가 만드나 방치된 기준이 만드나




굶주리던 일곱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은 19년간 교도소생활을 했다. 출소 후 세상의 냉대 속에서 미리엘 신부의 은촛대를 훔치고 용서를 받는다. 이후 마들렌으로 이름을 숨기며 존경받는 시장이 된 장발장. 하지만 자베르 경관은 여전히 ‘전과자’를 추적한다. 이어진 수감과 탈옥, 파리로의 도피. 빅토르 위고의 1862년 작 ‘레 미제라블’은 가장 유명한 ‘전과자’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사탕절도사건이 있었다. 68세의 노인이 5일 동안 같은 편의점에서 3차례 사탕을 훔친 사건이었다. 노인은 이전에 한 건의 절도, 3건의 집행유예, 2건의 벌금 전과가 있었다. 검사는 3회 이상 징역형 과거가 있는 피고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중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의 실효’가 주요쟁점이었다.

‘형의 실효’는 형벌의 선고가 있었다는 사실에 따르는 불이익을 없애는 제도다. 범죄로 벌을 다 받아도 전과 사실은 남는다. 전과자는 사회적 평가로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자격제한 등 사회생활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다시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누범 가중, 선고유예나 집행유예의 제한. 형법에 규정된 불이익 뿐 아니라 공무원 임용제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제한, 변호사, 변리사 등 자격제한이 뒤따른다.

이러한 불이익은 이미 형의 집행을 마친 전과자가 갱생을 통해 사회복귀를 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제약이 된다. 경우에 따라 전과 사실을 말소시켜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연유로 역사적으로 모든 나라가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일정한 조건이 되면 판결이나 형이 효력을 잃어버리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사면과 형법에 따른 ‘신청에 의한 실효제도’가 대표적이다. 이후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형실효법이 제정된다. 전과자 중 재범을 하지 않는 자에 대해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형이 실효되도록 했다. 3년을 초과하는 징역은 10년, 그 이하는 5년, 벌금은 2년이 지나면 형이 실효된다.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의 실효에 관한 법’ 개정안은 ‘전과공개 제한법’이다. 2015년 법 개정에 따라 외국입국이나 체류허가를 위해 본인이 범죄경력조회나 수사경력조회를 신청하는 경우 실효된 형을 포함하지 않고 통보하도록 변경됐다. 하지만 캐나다 등 국가에서는 취업이나 유학, 이민을 위해 비자서류를 접수할 때 실효된 형이 포함된 범죄경력조회서를 요구하고 있다. 여전히 불이익을 받는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실효된 형은 열람만 허용하고 회보서에는 포함시키지 말자는 내용이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2016년 한 해 동안 법원은 형사공판사건 37만6767건, 약식명령사건 68만4549건, 즉결사건 7만4551건을 처리했다. 이 중 재산형을 선고한 건수와 비율은 각각 8만4625건(22%), 67만3015건(98%), 6만3155건(85%)이다. 구공판과 구약식, 즉결사건을 형사사건 전체로 보면 재산형의 선고는 전체 113만5867건 중 82만795건으로 72%에 이른다. 전체 형사사건의 70%가 넘는 82만여 건의 벌금형 전과를 모두 수형인 명부에 기재해 관리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당연한 의문을 갖게 한다.

◇“이 법은 타당한가?”=다른 나라의 비자를 받기 위해 범죄경력이나 수사경력조회서를 제출하는 문제는 그동안 외교부 뿐 아니라 법무부, 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안이었다. 타국의 법률과 제도와 관련된 문제라는 어려움 외에도 우리나라의 외국인 비자관리 제도도 균형 잡힌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법무부는 외국인의 해외범죄경력과 건강상태 확인을 강화해왔다. 외국인의 취업비자나 영주권 신청 시 ‘자국 내의 모든 범죄경력이 포함’되어 있는 범죄경력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건강상태확인서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2015년 법무부는 개정 형실효법을 시행하며 “더 이상 오래된 범죄경력을 이유로 비자발급을 거부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국가들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시 범죄경력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자발급용 범죄경력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실효된 형의 기록을 요구했고, 우리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제출해야만 했다. 우리 국민의 피해를 고려해 다시 개정을 해도 캐나다 등 국가가 요구하는 ‘실효된 형’이 포함된 전과기록을 제출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전과관리는 새 출발을 하려는 전과자가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하는 데 장애가 되지만 범죄의 수사, 형의 선고 시 요건 확인, 행정적으로는 형의 선고에 따른 일정한 자격제한 해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불법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인 벌금형을 전과기록으로 관리한 결과, 2007년 전과자 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일정한 금액 이하의 벌금은 범죄경력 자료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전과기록 관리의 변화가 비자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결책이다. 국민 다섯 중 하나가 전과자. 우리는 과잉범죄화의 나라에 살고 있다.


정부가 외면한 현대판 '주홍글씨'에 대한 울부짖음…국회는 답할까



“무능한 행정처리로 국민들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하고 방치하고 있다.”

4000명이 넘는 국민들이 현대판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실효된 형을 포함한 범죄·수사 회보서 관련 피해자 대책토론’ 모임은 포털 카페를 만들어 외교부와 법무부, 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문을 두드려왔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정부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신문고에 문의하라.”외교부·법무부·경찰청), “해결 중이다.”(외교부·법무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해외에 나갔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국가인권위원회)“

청와대 청원으로도 목소리를 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다가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실효된 형은 열람만 허용하고 회보서에는 포함시키지 말도록 한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자 이들의 발길은 국회로 향하고 있다. 의안정보시스템 게시판에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는 글을 잇따라 올리는가 하면, 이 법안에 대한 심사과 이뤄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박주선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는 법의 취지가 방법 상 미비점 때문에 피해자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문제 의식 때문이다. 실효된 형 때문에 국내는 물론 외국 입국과 체류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정부를 포함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방법은 정부가 실효된 형에 대한 범죄사실 기록 자체를 삭제해 실효된 형이 더이상 사회적 낙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등 정부가 사회 안전을 이유로 범죄사실 기록을 관리하려 할 뿐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요구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 일부 국가들의 요구에 대하 외교적 해결 등을 고려했을 때 아예 실효된 형의 기록은 어렵다.

박 의원이 적절한 해결점으로 제시한 방법은 실효된 형은 열람만 가능하고 회보서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이다. 법 개정이 형사정책적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착안했다.
피해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같은 방향의 법 개정으로 충분히 피해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법안 통과도 일단은 파란불이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 공동발의로 참여한 면면을 보면 법사위 소속이 다수다. 법사위가 이 법안을 심사할 때 큰 반대 없이 순항할 수 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느끼는 시급함만큼 국회가 움직여줄지 여부다. 법사위는 멈췄다. 2월 임시국회 중 재개될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국회의원들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인 여론 역시 이 법안 처리를 위해 불붙을 지 미지수다. 법 개정의 1차 수혜자가 수천명 정도에 불과하고 범죄자의 범죄 경력을 없애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박주선 의원실 관계자는 ”박 의원 스스로가 부당한 사법 체계의 문제점을 워낙 크게 느껴온 당사자고 외교통일위원회 활동에서 피해자들의 문제점을 체감해와 발의한 법안“이라며 ”공론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욱 보좌관(금태섭 의원실), 우경희, 김태은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ujungs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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