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진] "인력 충분"..중국 구조 제안 거부한 대만, 일본 구조대는 다음날 받아

이승호 2018. 2. 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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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만 동부 화롄(花蓮)을 강타한 지진으로 기울어진 주상복합 건물 윈먼추이디(雲門翠堤) 빌딩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건물 기울기가 갈수록 심해지는데다 여진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수색구조 작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화롄=연합뉴스]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대만 지진 현장에 8일 일본 구조대가 도착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지진 현장에 구조대를 보내 돕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거절한 지 하루만의 일이다.

SCMP에 따르면 7명으로 구성된 일본 구조대는 8일 지진이 난 대만 동부 화롄(花蓮) 지역에 도착했다. 일본 구조대는 최신 인명탐지 장비를 들고 왔다. 대만 정부는 하지만 일본 구조대가 도착하기 하루 전엔 구조대를 보내 돕겠다는 중국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대만 행정원의 대중국 창구인 대륙위원회의 대변인 추추이정은 7일 “양안 관계가 긴장에 휩싸인 상황에서 중국이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보여 제안에 감사하다”면서도 “(구조를 위한) 인력과 자원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지진은 자연재해로 구조를 위해 인도주의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치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후 대륙위원회는 ‘구조 작업에 그 어떤 외부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일본 구조대가 화롄 지방에 도착해 구조 작업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대만 중앙통신은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친필 서예로 대만을 응원했다고 전했다. ‘대만, 짜요(加油·힘내라)라는 글귀를 적었다. 중앙통신은 일본의 한자표현(頑張)이 아닌 대만에서 쓰는 표현(加油)을 쓰는 세심한 배려를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구조대가 8일 지진 피해를 입은 대만 동부 화롄 지방에서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만 정부는 전날 구조대를 파견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화롄 AP=연합뉴스]
대만 현지 언론들은 중국과 일본의 호의에 대만이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왕경이 대만 중국문화대 사회과학 교수는 SCMP에 “차이잉원 정부는 중국이 대만에 구조대를 보내는 데 동의하는 것과 같이 화해로 여겨지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하늘길 싸움’으로 양안관계 갈등이 고조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제안을 거절한 대만 정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렉스 황(黃重諺)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부인했다. 황 대변인은 “구조를 위한 외부의 인력과 자원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정부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일본 구조대의 최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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