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시 한수] 서베리아에서 살아남기
고독하면 더 춥단다. 토론토 대학의 한 연구진이 밝혀냈다. ‘고독함’이 실제로 사람의 체온을 떨어트린다고 말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고독했다가는 얼어 죽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우리 고독한 사람 특유의 ‘쿨함’ 뽐내는 건 여름으로 살짝 미루어두고, 올겨울은 어떻게든 고독함을 밀어내자.
그런데 어떤 것을 밀어내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하는 법, 그렇다면 고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알 필요가 있겠다. 당최 고독이란 무엇인가? 시 읽기를 통해 배운다.
그댈 사랑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했죠 세상 모든 만물아 나 대신 이야기하렴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그러나 길은 끝나가고 문을 닫을 시간이 있죠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 위하여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했죠
- 노혜경, <고독에 관한 간략한 정의> 부분, 시집 <뜯어먹기 좋은 빵(세계사, 1999)> 수록
시인은 함께 걷는 이에게 애틋함을 느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끝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쑥스러웠는지 어쨌는지 애꿎은 나뭇잎 타령하다 산책은 끝났다.
이것을 가리켜 시인은 ‘사랑에 관한 간략한 정의’라 하지 않고 ‘고독에 관한…’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고독해진 게다. 왜? 사랑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그렇게 되어 버렸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돈이 드는 것도, 특별한 장비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구두로도 필담으로도 눈빛이나 스킨십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참 많은 사람이 그 말을 못한 것을 후회하며 죽는 모양이다.
오늘 당장 사랑하는 사람한테 말을 걸 일이다. 가서 사랑한다고, 참 고마운 일이 많노라고 정확히 말할 일이다. 겸연쩍다는 이유로 나뭇잎이라던가 그런 얘기나 했다간 끝내 얼어 죽고 말 테니.
이곳, 서베리아에서 말이다.
■노혜경 시인
「-1958년 부산 출생 -1991년 「현대시사상」
으로 등단 -시집 <뜯어먹기 좋은 빵>,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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