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여기까지"..롯데,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철수 '가닥'

장도민 기자 입력 2018. 2. 8. 20:00 수정 2018. 2. 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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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 최종 협상 결과 도출한 뒤 이달 말 공식 발표할 듯
"철수 가능성 큰 것 맞다"..명동·월드타워점에 역량 집중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철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롯데는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에 납부해야할 임대료를 더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인천공항공사 양 측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임대료 인하 협상을 벌여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작년 11월 롯데면세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데 따라 갈등이 격화됐다.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은 마지막 카드였던 인천공항점 철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전면철수와 부분철수를 놓고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롯데면세점, 얼마나 어렵길래…사상최대 매출에도 인천공항은 ↓

8일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인천 공항면세점 철수 가능성이 큰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협상 결렬 가능성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진 영향이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4개 구역에서 영업해 왔다. 이는 T1 전체 매장 면적의 약 60%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1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철수를 결정한 것은 사드보복 영향으로 구매력이 큰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매년 증가하는 인천공항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윤호중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2017년 면세점지점별 매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매출은 1조1209억원으로 2016년 1조1455억원보다 약 200억원 줄었다.

기존 매출보다 약 2% 줄어든 수준이지만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국내 매출이 6조598억원으로 사상 첫 6조원 돌파를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공항면세점의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들이 달성한 최대 매출액이 실제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고 '보따리상'(따이공)으로 불리는 이들에 의한 것이라는 점도 반갑지 않은 요소다. 국내 면세점들은 따이공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 측에 기존보다 많은 송객수수료를 얹어주고 있다. 따라서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최후의 카드' 인천공항 철수, 롯데면세점에 毒될까? 藥될까?

롯데면세점이 당초 예상보다 강경한 태도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면세업계에서는 '출구전략'을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다.

사드보복 사태가 2~3년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철수해 수익 악화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판단을 롯데가 내리고 있다고 면세점 업계 일각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은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매장이 아니어서 '마이너스'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유지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각 면세점 매출 기준 점유율(중소기업 제외)을 살펴보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의 점유율은 전체의 7.7%에 불과하다. 인천공항면세점 제1여객터미널의 60% 가까운 면적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호텔신라 인천공항면세점의 점유율 5.2%와 큰 차이가 없다.

국내 면세점 중 가장 매출을 많이 올리는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의 경우 연간 단일 매장 매출만 3조16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점유율은 전체의 21.9%에 달한다.

롯데면세점 입장에서는 인천공항점에서 철수하고 명동점과 월드타워점(점유율 4%)에 마케팅 등 사업 역량을 집중하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롯데면세점이 당당하게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또 롯데면세점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입점했기 때문에 사드 보복이 아니더라도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것이 수익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까지 8월까지 업황에 관계없이 총 약 4조1000억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납부하기로 했다.

계약한 내용대로라면 롯데면세점은 2017년 9월~2018년 8월 7740억원, 2018년 9월~2020년 8월에는 1조원 이상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앞으로 내야할 임대료가 더 많은 만큼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하루라도 빨리 철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면세점 임대료 갈등 어떻게 확대됐나…설 이후 공식 철수 발표할 듯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 본격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주장하기 시작한 롯데면세점은 같은해 9월 만족할만한 조정안이 나오지 않으면 인천공항에서 전면 철수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롯데면세점의 구체적인 요청 사항은 임대료 책정 방식을 최소보장액 형태가 아닌 매출규모와 연동되는 영업요율 방식으로 바꿔달라는 것이 골자다.

반면 임대료를 낮출 경우 수익이 급감하는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도 영업요율 방식 대신 일시적인 임대료 인하 등의 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 인천공항은 롯데면세점이 제안하는 품목별 영업요율에 따라 임대료를 책정하면 타업체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기준을 적용해야한다.

이에 인천공항공사 측은 최종적으로 30%가량 임대료를 낮춰주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지난해 9월 12일 임대료 조정 관련 공문을 보낸 뒤 5회 이상의 공식 협상을 벌였지만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고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를 공정위에 제소하기까지 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제3기 면세점 사업 운영에 있어 면세점사업자에게 불리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고 거래 과정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게 롯데의 주장이다.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됐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공정위가 롯데면세점 쪽에 손을 들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 역시 이를 인지했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철수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두게 됐다. 사업기간 5년 중 절반인 2년6개월이 지나야 사업자가 철수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계약 조건이 있는 만큼 이달 말 공식 철수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단언할 수는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철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며 "전면철수를 내세운 것 자체가 출구전략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어 "설 이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 측에 공식 철수를 통보할 경우 후속 사업자가 나타날 때까지 약 4개월동안 영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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