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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부친 살아계셨더라면…북 예술단공연 기뻐"(종합)

첫 강릉 공연 800명 관람, 좌석은 선착순 배분
"주변선 '로또됐다' 축하…설레서 잠도 잘 못 자"

(강릉=뉴스1 특별취재팀) 김다혜 기자, 이헌일 기자 | 2018-02-08 18:19 송고
강릉에서 첫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을 비롯한 예술단이 8일 강릉시 교동 강릉아트센터에서 오전 연습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18.2.8/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강릉에서 첫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을 비롯한 예술단이 8일 강릉시 교동 강릉아트센터에서 오전 연습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18.2.8/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예술단)이 16년 만에 남한을 찾아 특별공연을 펼치는 8일, 가족이나 직장동료와 함께 강릉아트센터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런 기회가 또 있겠느냐" "기쁘고 들뜬다"며 마냥 즐거워했다. 

이날 공연이 열리는 강릉시 강릉아트센터 앞에는 오후 4시쯤부터 티켓 소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연은 오후 8시에야 시작되지만 좌석이 선착순으로 배정되는 만큼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최종희씨(54·여)는 "어머니가 실향민이셔서 어렸을 때부터 북한 얘기를 종종 들었다"며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예술단을 만나고 싶어 일찍 왔다"며 들뜬 마음을 전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남편과 함께 온 송근숙씨(65·여)는 "주변에서 저를 보고 '로또가 된 것'이라며 엄청 부러워한다"며 "어젯밤부터 설레서 잠이 안 왔다. 오전부터 집을 나서 부지런히 움직였다"며 웃었다.

부인과 함께 온 김길성씨(71)는 들뜬 목소리로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남한 대중가요도 준비했다고 하는데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람객 중에는 부모나 조부모가 '실향민'이라는 사연을 간직한 이들도 많았다. 최옥분씨(59·여)는 "아버지가 생전에 고향 평북을 많이 그리워하다 돌아가셨다"며 "여기에 온 것을 알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딸과 함께 공연을 볼 예정인 권장용씨(50)도 "아버지가 고향이 원산"이라며 "살아계실 때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정말 좋아하셨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강상현씨(22)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경도에 사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순남씨(78·여)의 사연도 남달랐다. 6·25 전쟁 참전군인의 미망인 김씨는 "전쟁과 분단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었느냐"며 "공연을 직접 보고 다른 미망인들에게도 이런 좋은 일이 있었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이번 공연이 한반도 평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추창호씨(60)는 "관현악은 하모니가 아니냐"며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 국민들도 하모니처럼 화합하고 나눠진 한반도가 힘을 합쳐 통일에 다가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 삼척시민 김건태씨(41)는 "이번 행사는 우리가 평화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문화교류와 대화 분위기가 군사적 긴장완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바랐다.

조은희씨(71·여)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암만 뭐라고 해도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며 "다음 세대에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왔다갔다 교류할 수 있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한편 이날 강릉시민센터 앞에서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각 예술단 공연을 환영·규탄하는 집회를 열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백상정씨(19·여)는 "축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경찰 경비도 삼엄하다"며 "아직도 우리 안에서도 갈등이 심화할 수 있구나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8일 북한 예술단의 첫 공연이 펼쳐질 강원도 강릉시 교동 강릉아트센터 앞에서 태극기애국운동본부 등 보수단체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들이 경찰 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2018.2.8/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8일 북한 예술단의 첫 공연이 펼쳐질 강원도 강릉시 교동 강릉아트센터 앞에서 태극기애국운동본부 등 보수단체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들이 경찰 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2018.2.8/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예술단의 강릉 공연을 관람할 관객은 총 800여명이다. 280명(1인2매, 560명)은 인터파크 티켓 응모를 통해 139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고, 240명의 강릉시민 등 강원도민이 별도 초청됐다. 관람은 모두 무료다.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한예술단은 이날 오후 8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11일 오후 7시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이날 공연은 오후 8시부터 1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예술단은 이선희 'J에게', 왁스 '여정' 등 남측 대중가요도 선보인다.

앞서 예술단 공연티켓은 추첨방식으로 무료 배분됐다. 2일 정오부터 3일 정오까지 24시간 진행된 인터파크 티켓 응모에는 총 15만6232명이 참여했다.

서울 공연은 468대1, 강릉공연은 139대1의 경쟁률을 보여 아이돌가수의 콘서트 티켓예매 열기를 방불케 했다. 행운의 티켓을 거머쥔 사람은 서울공연 250명, 강릉공연 280명이었다.

그 밖에 서울공연에는 사회적 약자, 실향민, 이산가족, 각계 인사 등 860명이, 강릉 공연에는 강원도민과 강릉시민 등 250명이 별도 초청됐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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