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모비스 검찰 고발
공정거래위원회가 8일 대리점들에게 자동차 부품 구입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대모비스 법인과 전호석 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총괄사장, 정태환 전 현대모비스 부사장(부품영업본부 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해소를 주문하고 있는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법인을 고발하면 검찰이 조사에 들어간 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가 현대모비스에 대한 검찰 고발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현대모비스의 물량 밀어내기 혐의에 대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며,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가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이기도 하다”며 "그런 면에서 현대모비스의 영업 성과 달성은 그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 공정위, 현대모비스와 전 임원 검찰 고발
공정위는 이날 현대모비스가 지난 3년 11개월간(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국내 정비용 자동차부품 사업부문에 대해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설정한 후 1000여개 대리점들에게 물품 구입을 강요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 법인과 대리점들에게 물량 밀어내기를 했던 시기(2010년~2013년)의 대표이사와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전 전 대표이사 총괄사장과 정 전 부사장(부품영업본부 본부장)은 현재 퇴직 상태다. 공정위가 고발함에 따라 검찰은 현대 모비스와 전 임원들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검찰 조사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공정위가 이날 현대모비스 법인과 전 임원을 검찰 고발한 것에는 ‘괘씸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공정위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이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이행할 경우 공정위가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그러나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낸 두 차례 시정 방안이 모두 미흡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현대모비스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하면서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 개시 여부와 상관없이 자체 시정 방안을 진행하겠다는 발표를 해야 하는데, 구입 강제에 대해 위법성과 강제성을 부인하는 내용만 주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의 물량 밀어내기 혐의에 대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의 연관성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정석수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도 검찰 고발을 검토했으나 정 전 부회장은 혐의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한 공소시효(5년)가 지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정위가 이날 총수 일가를 직접 검찰 고발하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가 현대차그룹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현대모비스가 대주주다.
◇ 현대모비스, 매출 목표 높게 잡은 후 대리점들에게 부품 구입 강요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매년 자동차부품 사업 매출 목표를 지역영업부(대리점을 관리하는 부품사업소 등)들이 제출한 것 보다 3%포인트~4%포인트 높게 잡았다. 이후 각 부품 사업소에게 매출 목표를 할당했다. 현대모비스는 매일 매출 실적을 확인했으며, 매출 목표에 미달할 경우 부품사업소장 등 임직원에게 각서를 강요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의 압박에 부품사업소는 대리점들에게 협의매출과 임의매출 명목으로 자동차 부품 구입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모비스와 부품사업소들이 대리점들과 거래를 하는 전산 시스템에 협의 하지 않은 주문(수작업 코드 WI, WS)를 밀어넣은 것이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공정거래법 23조 1항 4호(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정위는 회사 측과 대리점 간 전산 시스템 거래 기록에서 강제적으로 밀어넣은 주문을 따로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징금은 관련 법 위반에 대한 최고 한도인 5억원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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