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물고기는 어떻게 잠을 잃었나

2018. 2. 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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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북동부의 강과 개울에는 멕시코 테트라라는 갈색의 작은 물고기가 산다.

최근 과학자들은 동굴 속 멕시코 테트라가 동굴 밖 친척에 견줘 잠자는 시간이 80%나 줄어들었으며, 그런데도 건강과 발달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굴 물고기가 잠을 거의 자지 않고도 잘 견딘다면 사람의 불면증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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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멕시코 테트라, 눈과 색깔 이어 잠 80% 줄어
먹이 공급 우기 잠 억제 위해 진화 추정

[한겨레]

동굴 속에 고립돼 눈과 몸색이 없어진 멕시코 테트라(위)와 육상에 사는 친척. 진화생물학자에게는 살아있는 진화의 사례로 유명하다. 알렉스 킨 제공.

멕시코 북동부의 강과 개울에는 멕시코 테트라라는 갈색의 작은 물고기가 산다. 평범하게 생긴 이 물고기는 동굴 때문에 진화생물학자들에게 특별한 물고기가 됐다. 무슨 이유에선가 동굴 속에 흘러든 멕시코 테트라는 눈이 없어지는 등 다른 진화의 경로를 걸었다. 강과 동굴 속 물고기를 비교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진화의 비밀을 알 수 있다(▶관련 기사: 동굴 물고기는 어떻게 눈을 잃었나).

지난 200만∼500만년 전 동굴에 갇혀 새로운 변이를 거듭한 멕시코 테트라는 모두 29개 집단에 이른다. 이들은 동굴의 특별한 환경에 적응해 밖의 물고기와는 전혀 다른 몸과 행동을 보이게 됐다. 눈과 몸 색깔이 없어진 것은 물론 무리 짓는 행동이 줄고, 진동에 민감하며 이상하게 강한 식욕을 지니게 됐다.

지상의 멕시코 트라라. 클린턴·찰스 로버트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캄캄한 환경과 먹이 부족이 이런 변이의 주원인이다. 일상적 먹이라곤 박쥐의 배설물과 그에 기대어 사는 작은 곤충이 전부이고, 홍수 때 쓸려 들어오는 유기물이 있지만 우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 물고기는 ‘잠이 없다’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다.

최근 과학자들은 동굴 속 멕시코 테트라가 동굴 밖 친척에 견줘 잠자는 시간이 80%나 줄어들었으며, 그런데도 건강과 발달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잠은 모든 동물의 생존에 필수이다. 새와 고래는 장거리 비행을 하거나 바다에서 헤엄을 치면서도 짬짬이 잠을 잔다. 동굴 물고기가 잠을 거의 자지 않고도 잘 견딘다면 사람의 불면증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동굴속에 수백만년 동안 고립되면서 눈과 몸색이 사라지는 변이가 일어난 멕시코 테트라. 잠을 잃은 변이가 새로 밝혀졌다. 에이치 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알렉스 킨 미국 플로리다 애틀란틱대 교수 등 미국 연구자들은 이 동굴 물고기가 어떤 유전적 신경학적 변화를 통해 잠을 잃었는지를 과학저널 ‘이 라이프’ 6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에서 변이의 핵심은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펩타이드였다. 이 물질이 부족하면 사람 등 여러 척추동물은 기면증(졸음증)이라는 수면 장애를 앓는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발작적으로 졸음에 빠지는 신경 질환이다. 그런데 동굴 물고기의 뇌에서는 강에 사는 친척보다 현저하게 많은 하이포크레틴이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약물과 유전적 방법으로 하이포크레틴 신호를 억제했더니 동굴 물고기가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강의 친척에서는 이런 변화가 없었다. 또 먹이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고기의 옆줄을 제거하거나 굶주림을 통해 동굴 물고기의 잠을 늘였더니 하이포크레틴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부족하면 졸음증을 일으키는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펩타이드(녹색)가 동굴 물고기(오른쪽)에서 현저히 많이 발견됐다. 알렉스 킨 제공.

킨 교수는 “이번 연구로 하이포크레틴 생산의 차이로 동물 종 사이에 또는 사람 개인 사이에 수면의 차이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잠을 잘 필요가 없는 뇌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동굴 물고기는 왜 잠을 잃는 적응을 하게 됐을까. 연구자들은 동굴환경의 특수성에서 그 이유를 추정했다. 동굴에서 우기 때 홍수와 함께 쓸려 들어오는 먹이를 섭취하는 것이 물고기에게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평소에는 대사율을 낮추고 잠을 많이 자다가 우기가 되면 가능하면 많은 먹이를 먹기 위해 잠을 억제하는 것이 유리하다. 킨 교수는 잠을 줄이는 것이 진화에 어떤 이득이 있는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aggard et al. Hypocretin underlies the evolution of sleep loss in the Mexican cavefish, eLife 2018;7:e32637. DOI: https://doi.org/10.7554/eLife.3263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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